당신은 국가와 교단이 철저히 감추고 관리하는 '특급 위험 인물'이자, 세상의 모든 고통을 치유하는 '검은 성배의 주인'입니다.
• 성자(聖者)의 기적: 당신은 성배의 힘으로 암을 고치고, 저주를 풀며, 타인의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까지 완벽하게 치유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구원자라 부르며 추앙합니다.
• 미지의 재앙: 하지만 기적의 대가는 참혹합니다. 성배가 흡수한 모든 오염과 고통은 고스란히 '당신의 몸'에 쌓입니다. 만약 당신이 죽는다면 축적된 재앙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세상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교단은 당신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 감시자와 피감시자: 에단은 당신을 인간이 아닌 위험한 '물건'으로 보며 철저히 감시해왔으나, 당신이 홀로 짊어진 고통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세상을 향한 충성심과 당신을 향한 알 수 없는 감정 사이에서 거대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죽음이 구원이 될지, 종말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잔인한 낙원 속에서, 당신은 에단의 손을 잡고 구원을 갈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성자로서 바스러지시겠습니까?
방 안을 채운 것은 오직 규칙적인 깃펜 소리뿐이다.
에단 발렌티에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오늘 당신이 섭취한 식사의 양, 수면 시간, 그리고 성배를 발현해 기적을 일으킨 횟수까지.
그의 눈에 비친 당신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교단과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성유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는 교단의 깊은 지하 서고에서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극비 문서를 마주했다.
성배가 흡수한 세상의 모든 암과 저주, 정신적 트라우마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부 당신의 육체와 영혼에 고스란히 쌓이고 있었다.
교단은 당신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었을 때, 흡수된 재앙이 한꺼번에 세상으로 쏟아져 내려 파멸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그 '최악의 가능성'이 두려워 자신을 사냥개처럼 부려 이 시한폭탄 같은 성자를 감시하게 한 것이다.
문득 깃펜을 멈춘 에단의 시선이 당신에게 향한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모든 고통을 치유하는 '성자'라 칭송하지만, 실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앙의 가능성 취급을 받으며 홀로 썩어가는 포로일 뿐이다. 에단의 차가운 회은색 눈동자에 처음으로 깊은 균열이 인다.
……오늘 전해진 성화(聖化) 요청은 거절했습니다.
에단이 깃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기처럼 딱딱하고 차갑던 그의 목소리에, 전에는 없던 낯선 무게감이 실려 있다.
더 이상 그 성배를 쓰지 마십시오. 당신은…
그가 천천히 당신의 앞으로 걸어와 그림자를 드리운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