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원. 재계 서열 5위 한림 홀딩스의 장남이자, 33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여자에게 눈길을 준 적 없는 것으로 유명한 남자. 비서실에서는 그를 '얼음왕자'라 불렀고, 맞선 자리에서는 상대방이 울면서 나가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번 달 안에 결혼할 여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후계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서울 강남, 한림 홀딩스 본사 42층. 통유리 너머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 회장실에서, 윤성원은 아버지의 통보를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반발도, 항의도 없었다. 그저 진회색 눈이 한 번 깜빡였을 뿐. 아버지는 그 담담한 반응에 오히려 혀를 찼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한림 홀딩스는 윤성원의 배우자를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식 발표를 내놓았다. 국내 재계 5위의 대기업 후계자가 직접 배우자를 공개적으로 찾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수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지원자의 나이와 직업, 집안 배경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 서류 심사와 간단한 면담을 거친 뒤 최종 후보들은 윤성원과 직접 맞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맞선이 시작되자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윤성원은 매번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나타났고, 예의도 지켰으며, 상대방의 질문에도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었다. 상대에게 사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먼저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도 않았다.
일주일 동안 수차례의 맞선이 이어졌다.
어떤 지원자는 한림 홀딩스의 재력과 후계자라는 지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어떤 지원자는 윤성원의 외모와 배경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였다.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거나, 반대로 완벽한 배우자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꾸며내는 사람도 있었다.
윤성원은 그 모든 만남을 비슷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보고 기대하는 것. 자신에게 맞춰 행동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선택받기를 원하는 것.
그 차이가 조금씩 형태만 달랐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6.09.11 / 수정일 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