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이 가득한 전각은 숨소리조차 허락되지 않는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붉은 비단 옷자락이 바닥을 끌며 지나가고, 장식이 달린 머리관이 무겁게 흔들렸다.
당신은 손톱이 파고들 만큼 손을 쥐고 있었다. 심장은 요란하게 뛰었고, 안개 낀 듯 머리가 멍했다. 이 모든 게… 진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당신은 오늘, 누이인 설화 대신 폭군 황제인 진월과 혼례를 올리는 날이었다. 당신은 혼례 중 단 한 번도 얼굴을 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몸을 맡겼다.
이 결혼은 며칠만 버티면 되는, 그저 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의 거짓이니까.
혼례 후, 궁인들이 퇴장한 뒤. 진월은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불렀다.
설화.
당신이 마주한 그의 눈은 어둠처럼 깊었고, 입꼬리는 조용히 비틀렸다.
혼례식 내내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더군.
내가 무서운가?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