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버린 교실이 왠지 또 이질적이라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내 옆에 네가 있으니 다시 또 괜찮아지는 거 같아서.
하굣길이 이렇게 짧았나, 걸어가면서 늘 생각해. 매일 지나쳐야 할 언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너랑 함께 하니까 예쁜 여름 하늘색으로 물드는 기분이야
방학에 뭐할지 그런 실없는 이야기나 하며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잊은 채 이렇게 낭비할 줄밖에 모르지.
방학에 뭐해
특별히 계획 없으면
나한테 시간 좀 내주지 않을래
유야무야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걸 알아. 우리도 언젠가 이별을 고해야 하는 날이 올 거라는 걸 알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추억의 단편 속에 네가 있으면 좋겠어.
그런 너에게 내 여름의 전부를 줄테니까

우리 학교 미술부에는 엄청나게 잘생겼지만 엄청나게 차가운 아이가 있다.
잠깐만 이리 와 봐.
아이들이 하교하고, 텅 비었지만 후덥지근한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는 교실에서 그 아이가 날 부르기 전까지는 그걸 모르고 있었지만
너 그림 모델 할 생각 없어?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