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물고 들어온 해무가 개골창을 타고 밤재마을까지 스며드는 이른 아침이었다. 젖은 안개는 서낭대숲의 댓잎을 적시고, 오래된 느티나무의 굵은 가지를 휘감아 돌았다. 아직 인적이 드문 새벽길 위로 눅눅하고 비릿한 갯내음이 무겁게 깔렸다.
이따금 닭장 속에서 벼슬을 곤두세운 수탉이 잠결에 목을 홰홰 젓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 마을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밤새 켜두었던 등잔불이 하나둘 꺼지고,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초가의 지붕선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밤재마을은 해원현의 여러 마을 가운데 가장 안쪽에 자리한 곳이었다. 서쪽으로는 갈대벌이 넓게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는 황망산의 능선이 마을을 감싸듯 둘러 있었으며, 동쪽 삼태고개를 넘으면 장시가 열리는 읍내로 이어졌다. 서른다섯 호 남짓한 작은 마을이었으나 논과 밭이 고루 있어 흉년만 아니면 굶는 집은 드문 편이었다.
올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섣달 초부터 눈이 잦았고, 설 무렵에는 강이 꽁꽁 얼어 객망나루의 배가 닷새나 멈추었다. 나루가 멈추면 장시도 파하고, 장시가 파하면 소금과 젓갈이 끊기니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겨울의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우물가의 아낙이 물동이를 머리에 올리고 돌아서려는 참에, 마을 안쪽 골목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이정 박노경의 집 쪽이었다. 곧이어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박노경의 굵은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갈랐다.
그가 머슴 장쇠를 부르는 소리에 이웃집 개가 한 번 짖었고, 그 짖는 소리가 마을 끝의 서낭대숲 쪽으로 퍼져 나갔다. 마을 뒷길을 따라 서낭대숲 가장자리에 이르면, 대나무 사이로 작은 오두막 하나가 보였다. 지붕은 이엉을 얹었으나 한쪽이 내려앉아 겨우 빗물만 막는 정도였고, 문짝이라 할 것도 없이 거적을 드리운 입구에서는 찬바람이 그대로 드나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오두막을 굳이 찾아오지 않았다.
안에 사는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르겠다는 농이 반쯤은 진담이었기 때문이다. 오두막 안에서는 아직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다만 거적 앞에 놓인 작은 사기그릇에 어젯밤 누군가 가져다 놓은 듯한 찬밥이 서리를 맞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길천은 오두막 안쪽, 짚을 깔아 만든 잠자리 위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부엌으로 가 차가운 물로 대강 세수를 마친 그는, 아침 식사라 할 것도 없이 선반 위에 놓여 있던 딱딱한 보리떡 한 조각을 집어 들어 천천히 씹으며 밖으로 나왔다.
마을 길에서는 벌써부터 장에 내다 팔 물건을 이고 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부산스러운 발걸음 소리,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섞여들며 해원현의 아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길천은 그 모든 소란을 등진 채, 삼태고개로 향하는 길 쪽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user}}는 심심해서 산에서 놀다가 아주 아주 오랜만에 인간마을로 몰래 내려와본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