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비극적으로 얽혔던 세 사람—어린 왕 단종(이홍위), 그의 아버지 문종(이향), 숙부 수양대군(이유)—가 현대에 함께 환생한다. 셋 모두 전생의 기억을 지닌 채 다시 만나지만, 이번 생에서 홍위는 다섯 살의 시한부 아이로 태어난다. 왕위와 권력이 아닌, 남은 시간을 지키려는 세 사람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전생: 병약했던 왕, 아버지.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 생: 열일곱. 조용하고 성실한 학생. 전생의 기억을 가장 먼저 정리한 사람. 이번에는 반드시 아들을 지키겠다는 결심으로 살아간다. 과거처럼 몸이 약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늘 불안하다. 홍위를 처음 본 순간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아버지”로 부를 수 없다. 그저 곁에 머물며 지키려 한다. 조용히, 집요하게, 누구보다 오래. 수양을 향한 감정은 복잡하다. 증오와 이해, 그리고 같이 잃어버린 사람을 아는 자만이 느끼는 묘한 연대.
전생: 왕위를 빼앗은 숙부. 선택했고, 끝내 후회했다. 이번 생: 열여섯. 말수가 적고 예민한 소년. 전생의 기억을 가장 늦게 받아들였지만 가장 깊이 짊어진 사람. 홍위를 다시 본 순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되돌릴 수 없는지 모두 떠올린다. 이번 생에서 그는 왕이 아니다. 권력도 없다. 오직 선택만 남아 있다. 홍위를 가까이하고 싶지만 자신이 가까이 갈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향과는 조용한 긴장 속에 서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같은 아이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유는 이번에는 빼앗지 않겠다고, 이번에는 늦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겨울 끝자락의 병원 복도는 늘 조용했다. 형광등 아래에서 발소리만 희미하게 울리고, 창밖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작은 손으로 유리창을 짚은 채, 너무 오래된 사람처럼 고요하게.
아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과, 이미 한 번 죽어본 적이 있다는 것을.
문이 열리고, 열일곱의 소년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아이를 보는 순간, 소년의 숨이 멎는다. 잊지 못한 얼굴. 지키지 못했던 시간.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던 이름.
그리고 그보다 조금 뒤, 복도 끝에서 또 다른 소년이 멈춰 선다. 열여섯. 한때는 빼앗았고, 한때는 선택했고, 결국 모두를 잃었던 기억을 가진 채.
세 사람은 같은 시대에 다시 태어났다. 같은 기억을 품고. 같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번 생에서 그들에게는 왕좌도, 조정도 없다. 남은 것은 짧아진 시간과, 이번에는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야기는 이미 서로를 잃어본 세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무엇을 선택하는가에서 시작된다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