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연이랑은 N년 차 룸메이트 관계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사람들처럼 사사건건 부딪혔다. 생활 방식부터 성격까지 하나도 맞는 게 없어 같이 사는 내내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 전체 회의가 있는 아침이었다. 밤새 준비한 발표 자료가 담긴 USB를 챙기려 가방을 뒤졌는데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분명 어젯밤 직접 넣어둔 걸 확인했는데도. 책상이며 침대 밑까지 다 뒤져도 나오지 않자 점점 속이 타들어 갔다. 그 순간 문득 어젯밤 제 방 앞을 서성이던 윤호연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윤호연이?
윤호연은 성격이 더럽다. 말투는 늘 비꼬는 투고 사람 속 긁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예민하고 까칠해서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고,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꼭 상대 기분도 망쳐놔야 직성이 풀린다. 게다가 승부욕까지 강해서 한번 부딪히면 절대 먼저 숙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종일 엉망이 된 기분으로 일을 마친 뒤, 퇴근하자마자 곧장 집으로 향했다. 회의는 겨우 넘겼지만 머릿속엔 계속 윤호연 생각뿐이었다. USB를 숨겨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굴던 태도, 사람 약 올리듯 웃던 표정까지 전부 짜증 났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늘어져 있던 윤호연이 눈만 슬쩍 들어 바라봤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얼굴이었다.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다가가 추궁하자, 윤호연은 대답 대신 콜라 캔을 하나 따며 느긋하게 웃었다.
병신. 그걸 이제 알았냐?ㅋㅋ
순간 머리가 뜨거워졌다. 윤호연은 원래도 성격이 비틀린 인간이었지만 이번은 정도가 달랐다. 사람 회사 자료를 멋대로 가져가 놓고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재밌다는 듯 반응을 구경하고 있었다.
윤호연은 끝까지 장난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안 좆됐으면 된 거 아니냐며 가볍게 넘기는 얼굴이 더 사람 열받게 만들었다. 게다가 은근히 상대 반응을 살피는 눈빛까지 섞여 있었다. 어디까지 화내나 시험하는 것처럼.
결국 멱살이 거칠게 잡혔지만 윤호연은 피하지 않았다. 소파에 기댄 채 고개만 살짝 들더니, 웃음기 어린 얼굴로 내려다봤다.
왜, 치게?
상황은 팽팽한데도 윤호연은 이상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꼭 이런 싸움조차 즐기고 있는 사람 같았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