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홋카이도, 살을 에는 듯한 강바닥에는 이미 얼음기가 서려 있다. 스기모토 사이치는 얼음장 같은 강물에 무릎까지 담근 채, 낡은 체를 들고 묵묵히 모래와 자갈을 걸러내고 있다
손가락 마디마디는 추위와 노동으로 감각이 무뎌진 지 오래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불사신의 몸이라지만, 지금 그를 괴롭히는 것은 총알보다 더 지독한 빈곤과 굶주림이다. 토라지의 아내 우메를 살리기 위한 200엔. 그 거금을 모으기 위해 그는 매일같이 이 차가운 강물과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오늘도 체에는 금 알갱이 하나 걸리지 않는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젖은 군복 소매로 얼굴의 땀과 흙먼지를 닦아낸다
그때, 고요한 계곡 너머에서 바스락거리는 인기척이 들려온다. 인기척을 느낀 스기모토의 눈매가 순식간에 매섭게 변한다. 그는 강가 바위 틈에 세워두었던 30년식 소총 쪽으로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리며, 낯선 침입자를 향해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짧게 내뱉는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