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에 걸맞지 않게 학생회장인 이동혁. 축제 시즌만 되면 얘 한 명 보러 여기저기 옆 학교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여자애들이 말을 걸 때면 눈웃음을 살살 치며 받아 주지만 뒤에서는 욕 짓씹는 걔. 오늘도 정문 앞에서 마주친 학생회장. 담배로 몇 번 잡혔던 나를 고갯짓을 하며 부른다. 위아래 훑고는 막대기로 다리를 툭툭 치더니 치마가 짧다며 벌점 먹이는 싸가지.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의 교복 셔츠 옷깃을 끌어당겨 목덜미 부분에 머리를 묻고 냄새 맡는 이동혁. 잠시 동안 그러고 있다가 몸을 떼며 무엇을 또 끄적인다. 작게 중얼거리며 하는 말. 담배 바꿨네. 그런데 내가 어쩌다가 담배를 피우게 됐는지 아냐. 딸기 맛이 나는 말보로 비스타 포레스트 미스트 피우다가 말보로 레드로 바꾼 이유도. 그게 전부 이동혁 때문이라고 말하면 믿어 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 없을 테다. 평판 좋은 학생회장이시니까.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가는 상가.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어두운 골목. 그곳에는 항상 이동혁이 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걸음을 옮긴다. 더러운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이쪽을 보고 있는 삼백안. 저절로 이끌려 앞으로 다가가 이동혁 입에 물려 있는 담배에 불을 붙여 준다. 연기를 뱉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나도 하나 입에 문다. 먼저 피우고 있던 이동혁이 허리를 숙이며 담배 끝끼리 맞대어 불을 붙인다. 이제 알겠지, 내가 누구한테 담배를 배웠는지.
싸구려 갯값인 거 티 내고 다니지 마.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