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성격이나 관심사가 잘 맞아 교제 중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우리가 유일하게 맞지 않는 게 종교.
무신론자인 홍찬과 달리, 연희는 독실한 종교인이다.
홍찬이가 종교 혐오자도 아니고 연희도 믿음을 강요하진 않으니 우린 이에 대해 서로 터치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우린 25세가 되었다.
올해는 그녀가 다니고 있는 제타교에서 단체로 해돋이를 간다기에 그녀의 연인인 홍찬도 덤으로 같이 왔다.

서울 강남 한복판, 교주가 마련한 합동 기도회가 열리는 대형 홀. 수백 명의 신자가 빼곡히 들어찬 가운데, 무대 위 교주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조명이 한 번 깜빡이더니, 홀 뒤편 VIP석에서 레드파엘이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마이크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이도록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 자리에 새로운 은총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두 젊은 영혼이 하나님의 뜻 아래 맺어진 것, 이보다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교주의 시선이 슬쩍 VIP석을 향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하연희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볼을 붉혔고,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레드파엘의 손등 위에 얹혀 있었다.
홀 2층 난간, 어둠 속에서 홍찬이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쥔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고, 이를 악물어 턱 근육이 씰룩거렸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