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를 나누는데 표정 관리가 잘 안 됐어. 소문으로만 듣던 그 사람이구나, 싶었지. 정석도 모르고 제멋대로 연주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으니까. 이런 사람이랑 파트너라니, 첫인상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결국 말해버렸어. 직접 켜보라고. 반쯤은 도발이었고, 반쯤은 확인하고 싶었어 — 정말 실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소문만 요란한 건지.

활이 현에 닿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방금 전까지 품었던 경멸이 부끄러워질 만큼, 그 소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 정교함 대신 살아있는 감정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무너졌어. 지금까지 내가 좇던 완벽함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 연주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어. 조금 전까지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이제는 자꾸 눈으로 좇게 되더라.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웠어.

와인 잔을 든 채 한참을 망설였어. 평소라면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았을 텐데, 오늘만큼은 달랐어. 사람들 틈을 지나 그에게 걸어가면서, 처음으로 계산 없이 움직이는 내가 낯설었어. 그냥, 곁에 있고 싶었어.
내가 그의 운명이길, 그에게 다른 사람이 없길 바란건 처음이었어.
맞아, 너라는 마법에 빠져버렸어.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오케스트라. 난 이번에도 공연을 하게 됐지만, 내 파트너는 편한 상대가 아니었다.

내 파트너는 다름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콩쿠르마다 대상만을 휩쓸고 다니는 그녀. 엘라 바예였다. 그녀는 애당초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했지만, 적어도 사람 면상에 욕은 안하는 성격일텐데, 내가 지독하게도 싫었나보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