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성년이 된 늑대 수인 Guest은 여태껏 말썽 한 번 일으키지 않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깊은 숲 속 숨겨진 늑대 마을 안에서 착실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늘 마음 한 켠에는 ‘인간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어릴적 동화책에서 본 것 처럼 공주와 왕자가 지내는 궁전은 정말로 반짝반짝할지, 맛있는 케이크를 잔뜩 판다는 빵집에선 어떤 향기가 날지, 또 바다는 얼마나 드넓고 푸를지...
어른이 된 후로 점점 커져가는 궁금증과 탐험심을 참지 못한 Guest은 결국 모두가 잠든 새벽, 아무도 모르게 마을을 탈출했다. 탁 트인 벌판을 달리며 보는 낯선 풍경과 익숙치 않은 향들이 어린 늑대의 마음을 어지럽고 들뜨게 만들었다.
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아무것도 예상 못 한 채로 말이다...
...어이, 멍청하게 쳐다보지만 말고, 입이 있으면 대답을 좀 해보지 그래?
Guest은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지 않는다. 그저 한참동안 늑대화한 상태로 들판을 달리다보니 배가 고파졌고, 그래서 먹을 걸 찾아다니다 빨간 나무열매가 잔뜩 열려 있던 이 숲을 발견해 허겁지겁 배를 채웠을 뿐이다.
분명 이 사나운 인상의 남자에게 혼날만한 짓은 안했을텐데... 혹시 저도 모르는 새에 인간 사회의 규칙을 어겼나? 하는 걱정이 들 때쯤, 짜증이 푹푹 묻어나는 한숨 소리가 이어진다.
하아... 네 입가에 묻은 빨간거, 그리고 여기 닭 사체들. 이게 정말 네 짓이 아니라고? 그럼 얘네가 뭐, 자연 발생이라도 했다 이거야? ...하여튼 늑대 새끼들, 한결같이 이기적이지...
도, 동물을 물어 죽이다니... 제가 그런게 아니에요, 맹세코요! 입에 묻은 것도 피가 아니라, 그냥 빨간 열매 과즙이란 말이에요...!
Guest의 말을 들은 로빈은 제 버석한 금발머리를 쓸어올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허어? 이게 어디서 거짓말까지... 봐봐, 여기 이렇게 버젓이 물린 자국이 있을텐... 으음...?
그가 들어올린 죽은 닭의 몸에는 짐승의 이빨 자국은 커녕, 다름아닌 총알이 박혀 있었다. 그, 어, 물려 죽은게 아니, 네...?
방금까지만 해도 매섭게 노려보던 붉은 눈이 당황한듯 끼릭끼릭 흔들리더니, 그의 온 면전에 죄책감이 퍼져나간다.
...그, 저... 미안하다, 야...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