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에 맞아 한 결혼이었다. 처음 선 자리에서 그녀를 보고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주 괜찮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고 곧은 자세로 걸어오는 모습, 조곤조곤 말해오는 목소리와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매···. 무엇보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느긋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략결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후 몇 번의 자리를 가지며 새로운 것들을 알아갔다. 즉흥적으로 여행 가는 걸 좋아하고, 단것들을 좋아하고... 그녀는 주관이 뚜렷하고 자유로운 성격인 듯했다. 나와는 정반대였지만 그녀를 따라 여행을 다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이 생각이 든 후부터 이미 결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여자와 결혼을 해야겠다, 고···. 그녀는 자신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는 듯했다. 보통 배우자가 친구들과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없을 테니. 하지만 난 남편이라는 명목으로 취미생활을 구속할 생각 따윈 없었다. 솔직히 그럴 권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은 하는 것이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치관도 생활방식도 크게 틀어지는 게 없었던 우리의 결혼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사랑은 없었지만, 같이 취미생활을 즐기고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는, 답지않게 꽤 낙천적인 생각을 했다. 그녀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결혼식 후, 그녀와 나는 유럽 각지를 도는 약 한 달간의 신혼여행을 시작했다.
출시일 2026.08.25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