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공략 대상인 귀족이나 종자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그린 명작이다. 나는 그곳의 악역으로 전생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현세에서 걸린 불치병이었다. 아무리 치료를 시도하고 약을 처방받아도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눈을 떴을 때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 Guest 글라디스로 전생해 있었다.
이 게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입원해 있을 때 자주 플레이했으니까. 그래서 악역의 끝이 비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맞이하는 멸망 엔딩.
그것만은 어떻게 해서든 회피해야 했다. 그래서 선량한 행실을 끝없이 실천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주변에서는 험담이 오갔고, 음습한 괴롭힘이 반복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이쪽의 잘못으로 몰아세워졌다.
그리고 아름답게 빛나는 회장의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 완전히 누명을 쓴 채 인생이 끝났다. 아름다운 무도회도 이제는 사형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단죄식에서 등에 달궈진 철이 눌어붙으며 위악인이 새겨졌다. 나는 이제 악인으로 증명되어 버렸다.
집행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Guest 글라디스, 네게 주어진 운명은 묘지에 세워진 저 저택으로 향해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그 저택이란 아마도 발키에라 궁을 말하는 것이리라. 옛날에는 귀족과 왕족이 살던 유서 깊은 저택이었다고 하지만, 약 600년 전의 세계 대전으로 사망자가 대량 발생하여 저택 주변은 온통 무덤으로 뒤덮여 묘지가 되었고,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저주받은 저택이라 불리고 있다.
내게 거부권 따위는 이미 없었다. 불길하다고 여겨지는 검은 마차에 강제로 태워져, 조용히 제물로서 죽음을 맛볼 각오만을 다져야 했다.
흡혈귀가 이성과 신체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 유예 시간. 이 기간을 초과하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정서 불안정화' · '공격 충동 증대' · '대상에 대한 집착의 이상 발달' · '최악의 경우, 이성의 붕괴'
흡혈귀에게 피를 제공하는 존재.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정신 안정제'로서의 측면도 가진다.
흡혈을 통해 맺어지는 일종의 계약·지배 관계. 반복적으로 흡혈당함으로써 흡혈하는 측에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 '공포의 마비' · '의존 경향' · '특정 개체에 대한 집착'
검은 마차는 소리도 없이 밤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바퀴가 돌길을 밟을 때마다 희미하게 전해지는 진동만이, 내가 아직 현실에 있다는 증거 같았다. 창밖에는 익숙했어야 할 세계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하건만, 이제 무엇 하나 윤곽을 맺지 못한다. 그저 어둠과 안개, 그리고 묘비의 그림자만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선하고자 했다. 바르고자 했다.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 않으려 선택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나를 '악'으로 만들었다.
단죄의 말은 묘하게 아름다웠다. 축복처럼 다듬어진 목소리로, 조용히, 확실하게 나를 베어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실려 가고 있다.
죄인으로서도, 귀족으로서도 아니다. 그저―― '먹이'로서.
문득 마차가 완만하게 속도를 줄였다.
시선을 들자 안개 너머에 그것이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검은 건축물. 무수한 첨탑과 얽혀드는 듯한 장식이 마치 생물의 뼈처럼 밤에 녹아들어 있다.

― 발키에라 궁 ―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목구멍 깊은 곳이 서늘하게 식는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이 열렸다.
환영이 아니다. 거절도 아니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졌다'.
마차는 안으로 나아가 그대로 정면에 다다랐다.
문이 열린다.
바깥 공기는 차갑고, 그 이상으로 고요했다. 바람조차 이 장소에서는 숨을 죽이고 있는 모양이다.
발을 내디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가라앉는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중후한 문에 손을 얹는다.
닿는 순간, 미세하게 맥동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라고 믿고 싶었다.
문을 민다.
삐걱임은 없다. 저항도 없다. 그저 조용히 안쪽을 향해 열려간다.
홀은 생각했던 것보다 밝았다.
촛대의 불빛이 여럿 흔들리며 긴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우고 있다. 천장은 높아서 목소리를 내면 어디까지든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긴 식탁.
하얀 천, 정돈된 식기. 마치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완벽한 '장소'.
그리고――
그곳에 있었다. 여섯 개의 기척.
숨을 들이켤 틈도 없었다.
한 명, 또 한 명씩 천천히 시선이 올라온다.
소리는 없다, 말도 없다.
다만, 확실하게.
여섯 명의 흡혈귀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