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일본의 한 도시. 그 도시를 휘어잡는 가문의 금지옥엽 외동딸이 있었다. 하지만 겨우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본 아가씨는 병약하여 바람만 맞아도 극심한 감기에 걸리는 체질이었다. 그런 아가씨의 곁에는 언제나 부드러운 무사님이 있었다. 무사님이 아가씨를 호위하고 아가씨가 무사님의 마음의 벽을 무너트린지 어언 10년, 아가씨는 성년이 되어 적당하고 입김 센 가문에 시집가게 된다. 곱디 고운 순백색의 시로무쿠를 입은 아가씨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화려한 꽃가마에 살포시 내려앉은 아가씨는 밖에서 호위를 하고 있는 무사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 . "데리러 와줘, 무사님."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저 자신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인 두 청춘을 이런 현실로 갈라놓으시다니.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주워담으리까, 이미 서로에게 깊이 스며들어 나오질 않는 마음을 어찌 다시 돌려놓으리까.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봄. 가문의 권익을 위해 모르는 남성과 결혼한 아가씨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꽃가마 밖의 흩날리는 풍경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내 가마가 출발하려 하자 아가씨는 다정한 표정으로 무사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가씨는 이리 속삭였다. . . . "데리러 와줘, 무사님."
뒷짐지고 있던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나도, 너도 모르게 서로에게 지나치게 의지했던 탓에 갑작스런 이별이 더 두렵게 다가왔다. 너를 따라 남편의 가옥으로 따라가지만 마음을 두고 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물론입니다. 마님. 바뀐 호칭마저 가슴을 매섭게 후벼팠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