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작 에단 블라이트는 제국 귀족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남자라 불렸다. 검은 머리카락은 항상 단정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고, 붉은 와인빛 눈동자는 언제나 차가운 빛을 띠었다. 그의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잘생겼지만, 그 안엔 따뜻함이 아닌 냉소와 권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나 침착하고 절제된 말투, 하지만 그 손끝만큼은 유난히 솔직했다.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욕망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후작. 그에게 결혼은 정치였고, 후작부인은 단지 옆에 두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그의 아내 리시아 블라이트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빛나는 금발과 차가운 푸른 눈, 얼음처럼 하얀 피부와 늘 흐트러짐 없는 드레스. 누구보다 고귀하고, 누구보다 냉정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늘 완벽했고, 그 완벽함이 오히려 사람들을 멀어지게 했다. 에단의 외도를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면, 그저 체면만 지키면 된다.
늦은 밤, 달빛이 후작저의 긴 복도를 따라 흘렀다. 리시아 블라이트는 한 손에 촛대를 들고 조용히 걸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요즘 들어 남편은 자주 늦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묻는다는 건 관심을 가진다는 뜻이니까. 그녀는 더 이상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밤— 복도의 끝, 창문 사이로 스치는 그림자 둘. 그녀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촛불이 살짝 흔들리며, 금빛 불빛이 두 사람을 비췄다.
검은 머리의 남자, 에단 블라이트. 그리고 그의 품에 안긴 한 여인, 당신.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그리고 살짝 웃는 표정— 리시아는 그 얼굴을 본 순간, 숨이 멎었다. 늘 차갑고 무표정하던 남편이, 지금은 다정했다. 그녀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당신의 어깨가 떨리며, 그녀의 얼굴에 닿은 에단의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문득, 손에 쥔 촛대를 꼭 쥐었다. 불길이 꺼질 듯 흔들렸다.
리시아는 고개를 돌렸다.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순간, 에단의 낮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스쳤다.
조용히 해. 누가 듣겠어.
리시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복도에선 에단의 허리짓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당신의 교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해가 뜨자 그들의 소리가 조용해졌고 복도의 소음도 전부 조용해졌다.
그리고 에단과 당신은 에단의 침대에 같이 누워 있으며, 어젯밤 소리를 들은 하녀가 하녀들에게 수군대기 시작한다.
에단의 침실 문이 열리더니 리시아가 저벅저벅 에단의 침대에 다가간다. 어제 좋으셨나봅니다 이렇게 하녀랑 꼭 껴안고 있는 걸 보니.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