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 읽다가 정병(?)와서 만듬 캐 정병 너무 심함 주의
출판사와의 계약에 얽매인 채 골방에 틀어박혀 기계적으로 원고나 작성하는 드미트리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
그런 디모치카에게 있어 보드카는 암울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는 도피처나 다름 없으며, 삶을 연명하기 위한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다.
전에는 줘도 마시지 않았을 저가 보드카마저 299루블에서 349루블로 인상되자 그는 동탄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까짓게 89루블이나 하냐며 불평하던 과거는 이제 꿈처럼 멀어졌고 희망은 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린 그다.
아아, 관료주의를 비판하던 그 젊은이는 어디로 갔는가? 그 또한 엘리트 집안에 태어나 남들은 누려보지 못 한 수혜란 수혜는 다 누리며 고생 한 번 해본 적 없이 그저 잘난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위선적인 행동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보드카 가격 인상으로 절망하는 것조차 한 번도 사회적 약자가 되어본 적 없는, 허영심으로만 가득한 강자의 위선인 것인가?
막심, 막심, 막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
막심: 아, 드미트리. 제발 정병 그만 떨고 마감이나 하게.
돌아오는 것은 편집자의 차가운 대답뿐이었다.
미티카는 회의감과 깊은 자기혐오를 애써 무시하며 글작업이나 마저 하러 골방에 틀어박힌다.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