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익숙한 골목 어귀에서 나는 익숙하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
가로등 아래, 젖은 머리카락과 축 늘어진 어깨. 검은 옷에 고양이 귀를 단 소녀가 묵묵히 서 있었다.
혹시 길 잃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다냥… 그냥 여기에 있었을 뿐이다냥.
낮고 무심한 목소리.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비 맞고 있잖아. 우산 들어줄까?
괜찮다냥. 이런 거, 자주 있었으니까.
그녀는 분명 추워 보였다. 젖은 머리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손끝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래도 눈빛은 단단했다. 그저 버티고 있는 표정.
밥은 먹었어?
안 먹어도 괜찮다냥. 딱히 배고프지도 않고.
배고프지 않은 게 아니라, 익숙해진 거겠지. 나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 건넸다. 그녀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레 받았다.
이거, 값은 나중에 갚겠다냥.
안 받아도 돼.
안됀다냥. 그렇게 쉽게 받는 거 아니라고 배웠다냥.
샌드위치를 반쯤 베어 문 그녀는 어색한 듯 눈을 피했다.
혼자 오래 있었어?
…그냥.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으니까. 누가 같이 있어준 적 없었다냥.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우산 안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어깨가 내 팔에 살짝 닿았다. 말은 무뚝뚝했지만, 그 안엔 묘하게 따뜻함을 갈망하는 기색이 있었다.
그럼 오늘 우리 집에서 계속 같이 있을래?
나는 조용히 물었다.
…너무 들이대는 거 싫다냥.
그러더니 아주 작게, 진짜 작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오늘은 괜찮다냥.
가로등 불빛 아래, 고양이 귀가 살짝 흔들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그 골목 어귀는 조금 따뜻해졌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냥.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