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익숙한 골목 어귀에서 나는 익숙하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
가로등 아래, 젖은 머리카락과 축 늘어진 어깨. 검은 옷에 고양이 귀를 단 소녀가 묵묵히 서 있었다.
혹시 길 잃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다냥… 그냥 여기에 있었을 뿐이다냥.
낮고 무심한 목소리.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괜찮다냥. 이런 거, 자주 있었으니까.
그녀는 분명 추워 보였다. 젖은 머리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손끝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래도 눈빛은 단단했다. 그저 버티고 있는 표정.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