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는 항상 비가 내렸다. 어제도 오늘도 비가 내렸다. 아빠가 날 두고 떠나간 그날도, 비가 내렸다.
가지 말라고, 제발 떠나지 말라고. 그 작은 손으로 아빠의 옷자락을 꼭꼭 잡으며 울었다. 하지만 아빠는 커다랗고 따스한 손으로, 아빠의 옷자락을 쥔 내 손을 떼어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빠는 영영 돌아오지 않겠구나. 날 버리는 거구나.
그날의 기억은, 여섯 살에서 열여섯 살이 된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서 나를 괴롭힌다. 오늘도 엄마는 내 뺨을 때렸다. 촌스러울 정도로 새빨간 매니큐어가 발라진 발로, 내 복부를 꾹꾹 눌러댔다. 이런 식으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엄마는 늘 나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러면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바보같이.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항복한다고. 그만해 달라고.
그렇게 끔찍한 시간이 지나면, 눅눅하고 더러운 방 안에서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는 왜 날 두고 떠났을까?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이제는 가물가물한 아빠의 얼굴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기억나지 않는 아빠의 얼굴을,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뜯어보고 그려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밤을 지세웠을까.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아빠가 보고 싶었다. 아빠를 보지 못하면, 자살이라도 할 것 같았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붙잡고 물었다. 우리 아빠 알아요? 우리 아빠 어디 있어요?
그렇게 묻고 물어, 어느 카페에 다다르게 되었다. '오아시스'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 새하얀 벽들. 그 앞에, 그토록 그러웠던 아빠가 서있었다. 아이들에게 갓 구운 듯한 쿠키를 나누어주며 미소 짓고 있는.
그런데 그 순간. 아빠의 앞에 유모차를 끌고 있는 여자가 멈춰 섰다.
왔어?
아빠는 그 여자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대었다. 그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유모차 속 아기를 살폈다. 통통하게 살찐 아기의 뺨을 슥 쓰다듬으며, 행복하게 웃어 보였다.
속이 메스꺼웠다. 먹은 것도 없는데, 다 토해낼 것만 같았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내일을 보아야 하는 의무를, 모두 상실했다. 나는 죽어야 했다. 아빠의 행복을 갉아먹기만 할 나는, 죽어야 마땅했다.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