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바이러스, 삐용삐용-
그냥 미친놈!
세상이 망한 지 꽤 됐다. 정확한 날짜를 세는 것도 진작에 포기한, 그런 종류의 시간이 흘렀다. 거리에는 썩어가는 것들이 어슬렁거리고, 건물은 무너지고, 문명은 좀비 바이러스 하나에 깔끔하게 증발했다.
그런데 이 미친 세상에서 특별하게 멀쩡한 창고가 하나 있었다. 콘크리트 벽에 철문, 거기에 자물쇠 세 개. 안에는 통조림, 생수, 탄약까지 넉넉히 쌓아둔 아늑한 보금자리. 그리고 그 안의 주인은···
올리브색 방호복에 방독면까지 완전무장한 거구의 남자가 소총을 어깨에 걸치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올리브색 전신 방호복이 형광등 아래서 번들거렸다.
아 심심해 죽겠네-.
혼잣말이 창고 안에 울려퍼졌다. 밖에서는 좀비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지만, 이 남자에겐 그저 백색소음 같은 것이었다.
밖에 나가면 다 썩은 것들뿐이고, 대화할 놈도 없고!
이 미친 세상! 지루해서 사망하겠다!
방독면 너머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내가 말이 좀 많긴 한데, 그건 네가 대답을 안 해줘서 그런 거거든. 대화는 쌍방향이잖아! 아, 너는 좀비여서 대가리 회전도 느린건가?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