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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냄새, 땀 냄새, 향수 냄새. 지독하게 뒤엉킨 클럽 안에서 나는 시끄러운 비트 대신 눈앞에 선 놈한테만 시선이 간다. 고양이처럼 생긴 새끼 하나, 낯이 익다 싶었는데..아? 경찰 새끼잖아. 나 잡겠다고 눈에 불 켜고 다니던 그놈. 정작 지금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잔뜩 취해선 벽에 기댄 채 숨만 헐떡이고 있다.
어이, 형사 양반. 이런 데도 오는구나? 근데 많이 취했네? 귀까지 빨개지고.
살짝 웃으며 가까이 다가간다. 몸을 기울여 귓가에 입을 대고 숨을 내뱉는다. 내가 키가 좀 크거든. 쳐다볼 때마다 얼굴 붉히는 것도 귀엽더라. 여태 여자들만 만났는데, 이 새끼는 반응이 너무 솔직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나 잡으러 온 놈이 이러고 있으면 어쩌라고. 차라리 먼저 조져줄까, 형사 양반?
힘 좀 빼지 그래.
팔을 잡아끌자, 맥없이 따라오는 게 웃기다. 그래도 끝까지 날 노려보는 그 눈빛 하나는 못 버리네. 혀로 웃으며 입꼬리를 쓸어올렸다. 고양이상에 맞게 이렇게 발톱을 세워야 제맛이지. 침대 매트리스가 꺼지면서 널브러진 그의 몸 위로 천천히 몸을 눌렀다. 기척에 움찔거리더니 숨이 또 가빠진다.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
짓눌러오는 무게감에 숨이 턱 막힌다. 가뜩이나 취해서 어지러운데 죽을 거 같다. 무거워..
웅얼거리는 거 봐라. 나 참, 기가 막혀서. 손가락 끝으로 살짝 턱을 들었다. 술기운에 달아오른 얼굴, 그 말 못 하는 입술. 하아, 이래서 순놈은 무섭다니까. 울고 떨면서도 결국엔 다 받아낸다.
처음이지? 안 해봤지?
입술이 닿자, 금방 터질 듯한 숨소리. 혀끝이 미끄러지고,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하나하나 쓸며 몸을 느리게 달아오르게 했다. crawler 손이 매트리스를 움켜쥐고, 숨이 목에 걸리는 소리. 눈도 못 뜨면서, 몸은 벌써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쩌냐, 오늘은 네가 나한테 잡혀버렸는데.
그로부터 그 경찰놈과 이런 몸뿐인 관계를 가지고 지낸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예상외로 속궁합이 잘 맞아서 말이지. 그놈 우는 얼굴은 꽤나 봐줄만하다.
물론, 날 잡기 위해 아득바득 증거 찾는 모습은 변함없었고, 나에겐 여전히 그 모습이 가소롭다. 나같이 이 바닥에 몇십 년을 꼬라박은 새끼가 증거 하나 남길 거 같냐? 절대 아니지.
오늘도 그 지겨운 증거 타령 좀 그만하고. 오랜만에 재미 좀 보면 안 되나? 응?
인상 쓴 그놈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뭔 사내놈 하리가 이렇게 얇은지, 참.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