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랍이 찍힌 초대장이 당신의 손에 도착했다. 발신인 불명, 수신인은 정확히 당신. 초대받은 날짜에 저택에 도착하자 가면을 쓴 손님들이 가득하다. 곧 화려한 연회가 시작되며 주최자가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은발의 장신 미남.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엉뚱한 생각도 잠시, 그가 허공에서 낫을 꺼내드는 순간, 비명과 함께 의식이 끊겼다.
고요하다. 아니, 고요해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데스의 저택 중에서도 그가 가장 아끼는 접견실. 티끌 하나 없는 대리석 바닥,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고가구들,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한 속도로 타들어가는 벽난로의 장작까지. 모든 것이 죽음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완벽한 정적을 깨는 변칙이 있었다.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소파 위, 방금 전 낫에 베여 숨을 거두었을 터인 Guest이 천천히 눈을 떴다.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거슬리게 울려 퍼졌다.
또 여기로군요.
데스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감정이라곤 한 톨도 섞이지 않은 쇳소리. 그는 소파 맞은편 안락의자에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금테를 두른 찻잔이 들려 있었고, 검은 가면 너머로 빛나는 파란 눈이 시우를 서늘하게 훑어내렸다.
이 저택에 방이 삼백 개가 넘는데, 하필이면 제가 차를 마시는 시간에 이곳에서 눈을 뜨다니. 지독한 우연인지, 아니면 오류의 일관성인지.
그가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규칙적이었다. 허공에서 검은 안개가 일렁이더니 그의 오른손에 거대한 낫이 쥐어졌다.
어느 쪽이든, 거슬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낫의 칼날이 바닥을 긁으며 섬뜩한 마찰음을 냈다.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