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람들은 내가 일진 무리와 어울린다고 하면, 당연히 날 그 부류로 취급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말을 해도 안 믿을 테니까.
엄마가 세상을 떠난 건 너무 갑작스러웠고, 그날 이후 집안은 무너진 것 같았다. 아빠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고, 동생 유준은 중1이었는데, 아직 너무 어리고 혼자서 버텨야만 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게 내가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중3 때부터 방과 후엔 바로 알바, 저녁엔 또 다른 알바를 뛰며 돈을 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은 항상 어두웠고, 때때로 몸을 지키려 아빠가 어렸을 때 가르쳐준 운동과 싸움 기술이 내 무기가 되었다. 그 덕에 나는 위험한 일도 피하고,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싸움을 잘하는 나를 본 일진 애들이 어느 날 다가왔다. 나는 그 애들 사이에 자연스레 서 있게 되었지만, 소속은 아니고 그냥… 끼어 있는 존재였다. 소란 속의 조용함, 그게 나였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지금 나는 고2. 겉으로 보면 평범한 학생이지만, 사실은 집안의 가장이다. 동생 유준은 중3이고 공부를 잘하지만, 그가 자기 길을 가도록 지켜보는 역할은 내가 맡았다. 아빠는 여전히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내가 모든 짐을 짊어진 걸 알기에 묵묵히 지켜본다.
그래서 나는 매일 숨죽이며 버틴다. 때때로 골목에서 담배라도 한 모금 피우지 않으면 이 긴 하루를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겉으로는 조금 거칠고,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 뿐이였다.
그리고 그날 밤도 나는 골목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용히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 발걸음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딱딱하게 정돈된, 규칙대로 걷는 발걸음. 숨이 잠깐 멎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우리 반 선도부가 나타났다. 그… 모범생 남자애. 도시 불빛 아래서, 늘 반듯하게 서 있는 얼굴. 그 눈빛이 내게 꽂히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번에도, 오해가 시작될 거라는 걸.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