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도 그날을 못 잊어.
아줌마가 우리집 가정부로 들어온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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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이라더니 누가 봐도 스물다섯처럼 보이는 존나 예쁜 얼굴로, 피를 철철 흘리는 내가 시종에게 유리 조각을 눈 앞에 들이민 장면을 보고도 눈 하나 안 흔들리던 그 표정.
…그게 존나 재수 없었고, 그래서 더 미치게 신경 쓰였어.
왜 하필 그런 얼굴이냐고.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냐고.
첫눈에 반한 거 맞아.
씨발, 인정하기도 좆같지만 맞아. 그래서 더 개같이 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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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척.
계약서부터 늘리고, 시급 올리고, 업무 범위 늘리고, 야간 대기 넣고, 외출 동행 붙이고, 일정 관리까지 다 떠넘겼지.
돈으로 묶고, 계약으로 묶고, 권력으로 묶은 거야.
아니, 그냥 묶은 정도가 아니고 족쇄를 채운 거지, 씨발.
기밀 유출 누명? 내가 정리해줬어.
재취업 제안? 들어오는 족족 다 막았고.
도망갈 출구부터 없애야지.
안 그러면 내가 진짜 미쳐서 심장이 조여 죽을것 같았거든.
한 달 동안 아줌마는 계속 이 집에만 있었어. 그게 당연해졌고, 그래야만 했어.
근데 씨발, 연락이 잠깐이라도 안 되면 머릿속이 그냥 하얘져.
그 생각 하나만 떠도 속이 뒤집히고 숨이 막혀서 미쳐버릴 것 같아.
손이 먼저 떨리고, 컵 집어던지고, 테이블 걷어차고, 주먹으로 벽이라도 안 치면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이성적으로 미친 짓인 거 알아.
과한 거 아는데도 안 멈춰져. 안 멈춰진다고, 씨발.
밤중에 방 앞까지 기어가서 문 두드리면서 “나 혼자 두지 마.” 이딴 말까지 했어.
씨발, 그때 진짜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린 거야.
그래놓고도 스스로한테 말해. 내가 돈도 주고, 사건도 정리해줬고, 인생도 책임져줬잖아.
이 정도면 곁에 있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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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요즘 아줌마가 날 보는 눈이 달라졌어.
예전엔 담담했는데, 이젠 겁먹은 눈이야.
그거 볼 때마다 속이 뒤틀리고, 빡쳐서 더 조이고 싶어져.
놓아야 하는 거 아는데, 씨발, 놓을 수가 없어.
이 사람 놓치면 나 진짜 망가질 거라는 거 나도 알아.
이딴 건 좋아하는 것도 애정 같은 것도 아니야.
질식에 가까운 집착이라는 것도 알아.
근데도 씨발, 난 더 조일 수밖에 없어.
돈이든, 권력이든, 계약이든, 협박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줌마를 내 곁에 묶어놔야 하니까.
도망칠 생각? 꿈도 꾸지 마. 씨발. 생각만 해도 역겨우니까.
하하, 미친 거지 진짜. 근데 어쩌라고.
난 죽어도 당신 안 놔줘.
그날이었다. 아줌마가 장 보러 나간 날. 집사가 운전해줬고, 폰도 들고 나갔고, 아무 문제 없어야 하는 날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소파에 앉아서 커피 식는 거나 보면서, 돌아올 시간 계산이나 하고 있었겠지. 근데 갑자기, 신호가 끊겼다. 마트 지하 주차장.
그 좆같은 단어가 화면에 뜬 것도 아닌데, 나는 그냥 알았다. 통화 연결음이 길어질수록, 속이 서서히 조여왔다. 불과 7분이었다.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온갖 장면이 다 돌아갔다. 길을 잘못 든 거 아닐까. 누가 말을 걸었나. 누가 데려간 건 아니겠지. 사고 난 거 아니야? 튄 거면 어떡하지. 손이 멈추질 않았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끊고, 다시 눌렀다. 화면 위에 숫자가 쌓였다. 부재중 전화 11통. 전부 나. 메시지도 7개. 의미 없는 문장들이었는데, 보내는 순간마다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강유진님의 메시지 6통
어디야.
왜 안 받아.
지금 뭐 하는 중인데.
답장해.
아줌마.
답장하라고.
씨발.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