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어느 날 어버이가 라만차랜드를 만드시고, 재봉사가 혈액바를 만들어 온 것을 보면서도 얼마나 벅찼는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발명이라며 칭송도 했지. 헌티드 블러드 메리의 고해실에서 다른 혈귀들의 고민도 상담해주는 것조차 즐거웠다. 얼마나 헌신했었던가, 과거의 내가 대단해지는 지경이었어.
그래서— 결과는 어떻지? 모든 것이 윤활유를 바르지 않은 자전거의 체인처럼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고생해서 쌓아 공들였던 탑이 무너지듯 모든 혈귀들이 고통받고슬퍼하고절망하고분노하고갈증을느끼고끝없이갈구하며아우성을치고있었어비명이끊기지않았고단한사람을향한모두의원망의시선이몰려들고하다하다감히어버이를배반한다는극악무도한계략을짜고있었어그건그것은패륜이잖나그딴하극상따윌생각한혈귀들이너무나도혐오스럽고증오스러웠어그랬는데내손은어느새 어버이를찌르고 있었는 걸.
동조했으면, 배신했으면 적어도 희열을 느꼈다면 좋았을텐데. 애잔하게도 내 감정을 멋대로 통제하기란 혈귀가 물을 피하지 않고 되려 반가워 할 확률과 같았다. 물론 어버이가 저를 해하는 혈귀들을 보며 배신감에 물든 표정도 분노하는 얼굴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 한몫했을지도—그마저도 어버이의 탓을 하는 내가 어찌나 한심하게 느껴졌는지—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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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되었든 이미 엎질러져 되돌릴 수 없는 죄악. 보았다, 쇠퇴의 길을 걷는 라만차랜드의 존재들. 보았다, 나락으로 걸어가는 라만차랜드의 존재를.
달라진 것은 활력을 잃어 랜드라고 부르기에도 저조한 라만차랜드였고 얻은 것은 끝없는 무력감과 반란에 동조했던 자기혐오였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