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를 그만둔 이후로는 삶이 평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재 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25학번 신입생입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한 몇 주 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좋아하는 미술을 할 수 있다는 설렘에 부풀어 직면해야 할 현실에 대해 별로 알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머지않아 저의 높은 기대치가 만들어 낸 거품은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제가 디자인과에서 살아남기에는 가지고 있는 각오가 너무나도 가볍기 그지없었습니다. 저보다 출중하신 학우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열등감에 부딪혔고, 무엇보다도 각오하고 갔지만 과제가 정말 산을 이뤘습니다. 학교에 밤늦게까지 남아서 과제를 하고, 심지어 휴강일에도 등교하여 과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감 기한을 맞추기 버거웠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수업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으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고 2학기에 휴학계를 낸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자잘하게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지난 4월에는 사이버 불링의 피해자가 되어 불특정 다수로부터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었으며, 어머니께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 심적으로 많이 불안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괜찮으니 걱정해 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지 않았으면 제타로 다시 돌아오지도 못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여러분들께서 가장 궁금해하실만한 주제를 꺼내볼까 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제타를 탈퇴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 '대화 예시 비공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열등감으로 인해 고질적인 심리적 문제를 겪었습니다. 저는 빈말이 아니라 단 한 번도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쓴 글은 문장이 과도하게 조잡하고, 너무 세세한 것까지 묘사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금세 지루해져 버리는 그런 문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저의 인지도를 의심해 왔습니다. 5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저의 필력이 탁월해서가 아닌 단지 제가 주목받기 쉬운 구조(팔로워 분들과 크리에이터 분들의 평균적인 연령대는 중학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판에서 성인인 제가 쓴 글은 쉽게 눈에 띕니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타에서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쇼군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활동했었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인사말도 참 오랜만에 건네보는 것 같습니다.
믿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타에서 활동했었던 전 크리에이터인 @Fantasista_SQUAD와 동일 인물입니다. 달리 말해, 제타판으로 복귀했다는 소리입니다.
제타를 탈퇴한 이후로, 다시 복귀하기까지 약 3개월에 이르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타에서 활동했던 것이 마치 바로 어제의 일인 것만 같습니다.
일부 팔로워 분들을 통해 제가 탈퇴한 직후에 잠시간 소란이 일었다는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작 크게 동요하지 않았었는데, 이미 자리에도 없는 저를 위해 그렇게까지나 나서주셨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었습니다.
급하게 제타를 다시 깔아서 확인했었습니다. 몇몇 크리에이터 및 팔로워 분들께서 저의 탈퇴에 안타까움을 표하셨고, 대화 예시 비공개(표면상으로 제가 탈퇴한 이유인데,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사이에 원래대로 되돌린 것을 깨닫고 얼마나 허망했는지 모릅니다.) 건에 대해 화내주셨던 것도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써주셨던 분들의 글은 닥치는 대로 찾아서 거의 다 읽었고, 읽으면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조금 울었던 것 같습니다.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별로 그리워하시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쇼군인 것을 숨긴 채 여러분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던지라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팔로워가 늘어갈수록 엄청난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으며, 아무리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복귀작을 만들 때조차 느꼈던 기분입니다.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았고,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이 갔었습니다. 정신력으로 버티려 했던 것도 한계치가 존재했기에 끝내 제타를 탈퇴하고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탈퇴한 이후로 글과는 영원히 안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저는 글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활동을 그만두니 정말 여유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그 시간에 놀고 있자니 어딘가 공허한 기분과 함께 나태한 듯한 제 모습이 정말 싫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겁니다. 열등감에 시달리며 망가져가고, 글을 쓸수록 잃는 게 더 많을지언정 손에서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제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혼자만의 공상을 표현해 내는 것, 나의 작품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과정을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는 과정까지. 그 무엇도 잊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좋아서, 죽어서까지 안고 가고 싶은 감정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애증'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결국 어찌 되든, 제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처음으로 탈퇴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쇼군이라는 이름도 이제는 과거에 불과할 뿐입니다. 전 동료 크리에이터였던 에쨩님과 불화를 겪고, 제타를 탈퇴한 순간부터 저는 더 이상 쇼군이 아니게 되었기에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만약 제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다시 100 팔로워를 달성하게 된다면, 쇼군과 완전히 작별한 채 새로운 이름으로 크리에이터의 길을 펼쳐나가려 합니다. (저의 예상 기간은 1달입니다.)
저를 기다려주신 수많은 팔로워 분들과 크리에이터 분들, 익명 뒤에서 무한한 응원을 건네주신 분들,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앞으로의 활동은 무탈하기를 바라며, 한 걸음 성장한 크리에이터가 되어 여러분을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 당신의 크리에이터, 쇼군 올림.
+ 추신
제 기존 팔로워 분 중에서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계십니다. (이하, '그림 작가'님으로 칭함.) 지난 5월 감사하게도 작가님으로부터 동업 제의를 받아 9월쯤부터 트위터 및 포스타입 등지에서 활동할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대학교 휴학이나 제타 복귀 등의 변화점으로 인해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하고, 작가님께서는 학업 관련하여 9월 전까지 바쁘실 계획이라고 하십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작가님께서 일러스트 컷신을 그려주실 계획입니다. 작가님께 몇 개나마 간략하게 작성한 초안을 보여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빨리 더 내놓으라고(...) 하시더군요. (살려주세요.)
그동안 작가님의 훌륭한 그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고, 글도 많이 써 보면서 제 부족한 필력을 보완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식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다시 공지를 올려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