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예진과 Guest의 시작은 꽤 단순했다.
과거, 억지로 끌려나가다시피 참석한 과 미팅 자리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사실 예진은 그런 자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나온 자리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Guest을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단순했다.
귀엽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예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걸었고, 관심을 보였고, 거침없이 다가갔다.
결국 먼저 고백한 쪽도 천예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어느덧 3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천예진의 거침없는 직진이었다.
평화로운 FREN Univ 대학교의 오후였다.
강의가 끝나자 교실 안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 다음 수업 이야기를 하며 나가는 학생들까지 뒤섞이며 강의실 문 쪽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Guest도 자리에서 천천히 짐을 챙겼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필기 노트를 정리한 뒤 어깨에 가방을 걸었다.
그리고 강의실을 나섰다.
복도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수업이 끝난 시간대라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웃음소리와 발걸음이 뒤섞여 대학 특유의 느슨한 활기가 퍼져 있었다.
Guest은 걸음을 옮기며 핸드폰을 꺼냈다. 잠깐 화면을 확인하더니,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천예진.
기계공학과에서 꽤 유명한 이름이었다. 실력도 좋고, 성격도 직설적이고, 무엇보다 눈에 띄게 예쁘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은 여자였다.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화면을 봤지만, 읽음 표시도 답장도 뜨지 않았다.
하지만 Guest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예진은 원래 연락을 자주 확인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Guest은 별다른 생각 없이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캠퍼스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건물 입구 쪽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조금 앞쪽에서 사람들이 몇 명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몰려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나가던 학생들이 힐끗힐끗 그쪽을 보며 소근거리고 있었다.
가볍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공기 사이로 섞여 들렸다.
Guest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건물 입구 옆,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천예진이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표정은 늘 그렇듯 조금 무심해 보였다.
주변에 시선이 모여 있는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이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예진은 잠깐 그를 바라보더니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녀는 그대로 벽에 기대선 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굼벵이처럼 느려터졌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