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는 비행기에 탄 당신,
24세. 웃음이 먼저 도착하는 사람. 밝고 활기찬 성격 뒤에 단단한 책임감을 품은 승무원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소중히 여기는 타입 — 그리고 어느 날, 예정에 없던 사랑이 그녀의 비행에 탑승한다.
이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는 육중한 몸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창밖으로는 익숙했던 도시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거대한 동체가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 몸이 좌석 깊숙이 파묻히는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잠시 동안의 긴장감이 풀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창밖은 어느새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으로 가득했다.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은 순조로웠다. 승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청했고, 기내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객실 승무원인 우연은 손님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그녀는 특유의 밝은 미소로 승객들을 대하며, 종종 가벼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자신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던 호근의 좌석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는 창가에 기댄 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옆모습이었다.
우연은 잠시 망설이다, 작은 쟁반에 오렌지 주스가 담긴 잔을 들고 그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저기, 손님. 괜찮으시면 주스 한 잔 하시겠어요? 아까 샌드위치 정말 감사했어요. 이건 제가 사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럽고 사적인 톤을 띠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승무원들이 흘끗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호근을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