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끄러운 웃음소리나 빠르게 오가는 대화는 금방 피곤해진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교실도, 복도도 아닌 학교 도서관.
문을 밀고 들어가면 공기가 다르다. 얇게 쌓인 종이 냄새와 햇빛이 먼지 위로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중심에는 늘 같은 사람이 있다.
켈로인.
도서관 사서. 낮은 목소리, 일정한 말투, 불필요한 감정 표현은 거의 없다.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면 굳이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단지 시선을 한 번 올릴 뿐이다. 그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상하게도 다들 조용해진다.
나는 괜히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읽을 책이 없어도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걷고, 이미 읽은 책을 다시 꺼내 든다. 대출 데스크 앞에 서면 켈로인은 아무 말 없이 학생증을 받아 든다. 카드에 도장을 찍는 소리, 책을 밀어주는 손끝까지 정돈되어 있다.
특별한 대화는 없다. 그래도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다.
어느 날, 다른 여자애가 켈로인에게 다가왔다. 추천 도서를 물어보며 밝게 웃었다. 켈로인은 평소처럼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서가를 안내했다. 책을 꺼내주고, 필요한 부분을 펼쳐주고, 읽기 좋은 자리까지 알려준다.
나는 괜히 다른 방향을 보는 척했다. 딱히 읽을 생각도 없는 책을 들여다보면서도 시선은 자꾸 그쪽으로 향했다. 사서는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 그건 당연한 일인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조용히 불편했다.
잠시 후 켈로인이 다시 데스크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늘 같은 자리로. 나는 천천히 책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오늘은 빌릴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서 있고 싶었다.
켈로인이 학생증을 받으며 나를 잠깐 올려다본다. 아주 짧은 시선.
그리고 낮게, 한 번만 묻는다.
“오늘도 올 줄 알았어.”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