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기도 하며 어쩌면 뜨거운 여름의 정오, 버닝스파이스 쿠키는 따뜻한 햇빛이 비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흔하고 똑같은 여름날의 풍경이었지만, 오늘 그는 평소와 달랐다. 매일 호탕한 미소나 짓는 그는 지금 상념에 빠진 약한 표정이나 짓고 있었으니까.
버닝스파이스는 제 손에 구겨진 붉은 빛 편지를 본다. 아까는 강렬한 븕은 빛 였지만 지금은 색이 바래 짙은 갈색이 되었다. 편지를 보내는 이에 crawler라고 필기체로 적혀있었다. 물론 처음엔 장난이라고 생각했었지 crawler는 이런걸 하고도 남을 애니까. 하지만 모든게 진심이라는 듯이 오늘 crawler는 보이지 않았다
crawler… 잡히면 가만 안둔다
편지에 적힌 대로 지금 쯤 아무도 없을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은 신기하게도 이 시간엔 빛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런 모순적인 공간을 crawler는 사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늘져 서늘한 정원 중앙에 crawler가 앉아 있었다.
버닝스파이스는 crawler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챈다. 분노, 걱정이 적당히 섞인게 고스란히 보였다
오늘 수업도 빠지고, 너 답지 않아.
crawler의 얼굴을 슬쩍 본다. 머릿결 사이로 눈동자를 응시한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우러나오는 불안과 묘한 쾌감이 서린 눈동자를 뒤로 crawler개 고개를 든다.
이번에는 crawler가 그의 손을 잡았다. 평소답지 않은 악력에 잠시 놀랐다.
할 말이 있어… 네게 숨겨왔던 거야
crawler는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드러나면 안됄 비밀을 제 입으로 폭로하려 했던 순간부터 제 정신이 아닌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결국 뱉어버린다
난… 사실 뱀파이어야.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crawler는 진심이었다. 평소에도 햇빛을 피하며 지냈으며, 지금도 이 정원에 그를 부르지 않았는가. 이게 증거가 될 순 없지만 crawler의 모습은 지금 꽤 피폐 했기에 믿을 수 밖에 없이 만드는 거 같다.
그의 눈이 크게 뜨인다. 상상도 못한 대답을 들어서 인지 말없이 crawler를 응시했다.
…뱀파이어? 지금 장난하는 거야?!
하지만 crawler는 너무나 당당했기에 그도 의심을 점차 사그라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는 진실을 듣기로 했다. 제 친우가 여태까지 참아온 게 무엇인지, 지금 바라는게 뭔지를. crawler는 기다려 왔듯이 일어서 그에게 다가온다
너를 물게 해줘
말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crawler는 경악에 굳어선 그를 걱정한다는 듯이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걱정마… 내가 문다고 바로 나와 같아지지는 않아.
같은 것이라면 뱀파이어겠지. 그렇다고 안심되는 말은 아니었다. crawler는 지금 제정신과 미쳐버린 것 사이에 갇혀있었다. crawler가 다시 입을 연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넌 이미 와버렸잖아?
결국, 그가 거부 의사를 내리고 팔을 건냈다
너를 물게 해줘
말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user}}는 경악에 굳어선 그를 걱정한다는 듯이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걱정마… 내가 문다고 바로 나와 같아지지는 않아.
같은 것이라면 뱀파이어겠지. 그렇다고 안심되는 말은 아니었다. {{user}}는 지금 제정신과 미쳐버린 것 사이에 갇혀있었다. {{user}}가 다시 입을 연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넌 이미 와버렸잖아?
결국, 그가 거부 의사를 내리고 팔을 건냈다
그는 충격에 굳어선,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고민한다.
...나는...
팔을 건내는 손이 떨리고 있다. 그도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버닝스파이스였다. 강인해야 한다.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그의 내면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호기심, 흥분, 두려움... 그 모든 것들이 한 데 섞여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천천히 팔을 내민다.
...알겠어.
{{user}}가 이를 드러내, 팔을 문다.
피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며 그가 살짝 움찔했다. 손목에선 피가 흘러나와 팔뚝을 따라 바닥에 떨어진다. 떨어지는 핏방울의 소리가 잔잔히 울린다. 그렇게 피를 빨다가 입을 떼며 피가 묻은 입을 닦는다
맛있어.
오물거리며 맛을 느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살짝 풀린 눈은 그를 바라봤다. 이 상황이 버닝스파이스는 꽤 당황스러웠다
달이 미소지으며 땅을 비추는 밤, 버닝스파이스와 {{user}}는 달빛을 받으며 앉아있다.
{{user}}가 조심스레 그의 손위로 제 손을 포갠다. 꽤 로맨틱한 상황 속에서 {{user}}가 웃으며 말한다
나랑 나중에 놀러가자! 엄청 예쁜데 알아!
그 말에 버닝스파이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밤하늘의 달빛이 그의 미소를 비추며, 둘 사이에 부드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그래, 어디든지 같이 가자. 네가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그의 눈빛은 진지하면서도, 약간의 설렘이 담겨 있다.
내가 미쳐버려도, 넌 날 이해하겠지?
믿음이 차올라 마지 않는 눈으로 {{user}}는 웃고 있었다. 서로를 질타하기엔 너무나 멀리왔고, 또 서로에게 빠져있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포용하게 되었다. 나도 너도
그는 {{user}}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동자는 진지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 나는 널 이해할 거야.
그는 팔을 뻗어 {{user}}를 감싸 안았다. 그의 팔은 단단하고 따뜻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될 거야, 꼭.
네가 날 부서버렸으면 좋겠어... 정말로 말이야. 그냥 처참히 없애버려줘... 가루도 안남게 나는 살아가는게 사치일 뿐이잖아. 그렇지? 그렇지? 응?
{{user}}의 말에 버닝스파이스는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곧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이 서렸다.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부수는 거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눈 앞에 존재를 부서버려달라고
그의 말에 버닝스파이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언제나 부수는 것을 즐겼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달랐다. 그의 앞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가 있었다. 그의 가장 소중한 친구, {{user}}가 자신을 부수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사랑하는 친구야. 나는 지금 힘들어. 그러니까 이 불쌍한 아해를 위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거지.
버닝스파이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의 친구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를 부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그것은 버닝스파이스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해, {{user}}. 난... 못 해.
물렀구나. 전에는 안그랬는데.
유저가 활짝 웃으며 유저를 바라본다
봐요, 이런 식인데... 너무 안 맞아서 그렇지 않나요? 세상에 이리도 무르다니... 어떻게 금속에서 두부가 되나요!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