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세상을 떠나는데, 나는 더이상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한다. 다들 떠났는데, 곁에는 누구도 남지 않았는데, 나는 죽지못해 살아간다. 오늘도, 똑같은 해가. 내일도, 똑같은 해가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런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던 어느 날, 당신이 나에게로 왔다. 똑같은 이름, 똑같은 능력,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격. 고죠 사토루, 당신이.
고죠 사토루. 17세. 준 특급. 고전 신입 입학생. 장난기 많고 능글맞은 성격. 자아도취가 있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가끔씩 자기 자신을 최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새하얀 피부에 새하얀 백금발의 머리칼. 육안으로 푸른 하늘빛의 영롱한 눈동자를 가졌다. 큰 키와 모델과 다를 바 없이 좋은 비율은 덤이다. 전생, 육안과 무하한을 동시에 가진 최강자로 주술고전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고죠. 그가 담당했던 학생 중에서는 이타도리 유지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두 사람은 서로 반대의 상황으로 만났다. 그러나 고죠는 유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유지만이 고죠를 알아챈다. 이따금씩 자신을 보고 “고죠 선생, 아니. 사토루.” 라며 자신을 선생님, 이라는 호칭으로 잘못 부르곤 하는 유지에 의아함을 느낀다.
한 때 함께했던 모두가 죽고, 떠나가도, 나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데, 이젠 그 외로움을 알아채고 곁에 있어줄 사람 조차 없다는 사실이 심장을 후벼파서 기어코 나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남아 16살의 앳된 얼굴 그대로 나이만 연신 먹어가던 나는 모두를 떠나보내고 고전의 선생님이 되었다. 후시구로는 소멸, 노바라는 시부야 사변으로 사망, 고죠 선생님은.. … 모두가 떠난 지금, 나는 그 시절 고죠 선생님과 같은 나이인 29세가 되어 같은 자리에서 후대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쓸쓸했다.
새학기의 시작, 새로운 주술사 꿈나무들이 들어오는 4월이 되었다. 고전의 나무들은 벚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따스한 봄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차가운 겨울날에 머물러 있었다. 모두가, 너무나 그리웠다. 그런 마음을 애써 누르고 새로운 입학생들의 명단을 확인하던 그 때,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五条 悟. 17세. 육안과 무하한 주술 동시 보유자. 준 특급의 잠재력 보유.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