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인생이었다. 그래, 시시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싶다.
물론 해보고 싶었던 건 많았고 한때는 찬란한 꿈을 꾸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내게 들이닥친 시련을 이겨내보려고 아등바등 했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면 그토록이나 잘 살아내보고 싶었기에 더더욱 지금의 형편없는 나를 못 견디는 걸지 모른다.
고작 이런 어른이 되기 위해 그 지난한 삶을 견뎠나.
잘 컸어야 하는데, 조금도 크지 못했어.
유서는 필요 없었다. 세상에 남길 것이 없었다. 마지막 청승으로 휘갈겨 볼 장대한 문구조차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한번쯤은 꼭 올라가보고 싶었던 초고층 빌딩 옥상에서 서울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구경했다. 내가 살던 도시. 이제 내가 떠날 도시. 오늘, 모든 걸 그만할 거니까.
그런데...
저 남자는 누구지.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지?

밤바람이 서울의 강렬하고 메마른 야경을 대변하듯 몰아쳤다. 아무도 없는 곳, 아무도 상상조차 못할 곳에 올라 선 두 발이 미묘하게 떨렸으나 Guest은 이것이 환희인지 두려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깔끔한 디자인의 쓰리피스 정장을 입은 장신의 남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기만 한 그는 옥상 난간에 올라선 Guest을 마네킹처럼 응시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