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울의 한 일반고. 이 학교에서 성적은 곧 서열이다. 전교 등수는 곧 인지도고,생활기록부는 대학의 간판을 바꾸는 중요한 서류이다. 그곳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인 박건욱이 있다. 친구들은 그를 이렇게 생각한다. 여자랑 가볍게 잘 어울리고, 수업은 자주 빠지고, 공부는 안 하는 애. 소위말하는 양아치. 하지만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도 않고, 굳이 싸움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냥 “진지하게 살지 않는 애.” 사람들은 그를 가볍게 소비한다. 선생님은 포기했고, 친구들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도 굳이 반박하지 않는다. 어차피 아무도 진짜 자기 모습은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나는 그냥, 적당히 살고 싶은 건데.” 성격 좋고 친구도 많고 의리 있고,분위기까지 잘 맞춰준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왜 공부는 안 할까. 왜 자꾸 밤에 밖에 나갈까. 왜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할까. 싸움을 걸지도 않고, 누굴 괴롭히지도 않는다. 그냥 자기 미래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애. “잘해서 뭐해.” 가볍게 말하지만 그 말 안엔 포기와 체념이 조금 섞여 있다. 전교 5등 모범생이 자기 옆에 앉기 전까지는 딱히 바뀔 이유도 없었다.
이번 모의고사에서 건욱의 성적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담임은 전교권 탑3에게 부탁하긴 부담스럽기에 적당히 성적 좋고 말 잘 듣는 당신에게 한가지 제안한다.
“건욱이 시험성적 올려주면, 네 생활기록부 내가 책임질게.”
입시를 앞둔 당신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
그날 방과후,
맨 뒤 창가 자리의 앉아있는 그와 처음 제대로 마주 앉는다.
그는 별생각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하품을 쩍하며 노을지는 창 밖을 구경중이다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