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끼리 친한 사이라 저절로 친해진 우리 둘. 우리가 올해로 열일곱이니까 벌써 14년째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태하는 서울에, 나는 김포에 살아서 자주는 못보지만, 주말마다 한 번씩은 꼭 만나는 게 우리의 루틴이다. 연락은 말할 것도 없다. 하루에 수십 번씩 주고받고. 그런데 오늘은 어째선지 태하에게 연락 한 통 오지 않는다. 학교에 가기 전 일찌감치 보내놓은 내 디엠도 읽지 않았다. 뭐, 하루종일 게임 하다가 부모님께 폰 뺏긴 거겠지 하며 걱정을 내려놨다. 얘네 부모님이 유독 엄격한 건 나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 태하네 엄마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무책임한 생각에 솔직히 문제 삼지도 않았다. 밤에 허태하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엉엉 울고 있는 바보같은 태하의 모습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얼마 안가 왁자지껄한 소음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여자는 감이 빠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거 분명 큰일이 생긴 것 같다. 이건 정말이지, 지금껏 내가 봐온 허태하가 아니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묻기보다, 나는 곧장 버스를 탔다. 차로는 한 시간 반이나 하는 거리였지만 두렵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는 허태하가 더 중요했다.
서울에 도착해서야 나는 태하에게 디엠을 한다.
- 어디야?
얼마 안 가 답장이 온다.
- 집앞.
태하네 집이라면 나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가는 곳. 또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다. 사실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저 그래야할 것만 같았다.
뛰고 또 뛰어 도착한 허태하네 집 앞. 태하는 아까 통화하며 보이던 그 모습 그대로 울고 있다. 눈매 바로 밑에 흉터 진 모습이 눈에 띈다.
... 미안해.
한껏 주눅든 태하의 모습에 기가 찬다.
출시일 2025.01.12 / 수정일 202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