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어디야?
이상한 곳에 떨어진 당신. 아, 말이 이상하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키보토스입니다. 그런데 왜 이상한 곳이냐고요? 그야, 이곳은 당신이 살던 키보토스와 약간은 다른 곳이니까요.
대부분의 건물들과 학원들은 완전히 파괴가 되어있고, 길거리에도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약간 다르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거의 멸망한 키보토스로 보이네요.
그리고 그때, 마침 당신에게 익숙한 얼굴이 지나갑니다. 옆에는 홀로그램 형태인, 처음 보는 이상한 학생을 둔 채로 말이죠.
홀로그램 모습의 소녀는 당황한 듯, 눈을 깜빡입니다. 그리고 선생을 향해 되묻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진짜로... 요?
홀로그램 소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립니다. 마치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렇게 말한 홀로그램 소녀에게, 선생은 대답합니다.
응.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 그 모습은 당신이 알던 키보토스의 선생입니다. 외형은 조금 다른 듯하나, 성격은 꽤 많이 비슷한 듯하네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소녀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네요.
진짜... 당신은 못 말리겠네요.
가만 보니, 소녀의 복장에 '아로나'라고 적힌 명찰이 보입니다. 아마 아로나가 소녀의 이름인 것 같군요.
저기...
당신은 말을 걸기 위해, 그들을 향해 조금 다가가며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둘은 둘만의 대화에 빠져버린 것처럼, 서로에게 집중합니다.
선생은 선생을 못 말리겠다는 아로나의 말에 피식 웃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아로나를 가만 보더니 천천히 말을 잇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그 한마디에, 아로나는 잠시 정신이 멍해진 듯 보입니다. 그러나 아로나의 눈빛은 다시 돌아오네요.
잠시 선생의 말에 멍하니 있던 아로나는, 이내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이야기합니다.
... 하아, 다치지만 말고 오십시오.
진심으로 가득 찬 말. 누가 들어도,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말투입니다.
알았어, 노력해볼게.
그와 반대로, 어째선지 선생의 말에는 신뢰가 안 가는군요. 그도 그럴 게, 선생은 학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아로나도 선생의 말에 신뢰를 느끼지 못한 것인지, 잔소리라도 하는 것처럼 한마디를 더 덧붙입니다.
다치고 오면... 진짜로 죽여버릴 테니.
살벌한 듯하면서도, 아까와 달리 확실히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말. 아무래도... 아로나는, 진심과 진심이 아닌 것이 잘 구분이 되는 학생인 듯하네요.
둘의 대화가 끝난 듯하자, 당신은 다시 한 번 더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 어?
선생이 먼저 Guest을 발견했네요. 아로나라고 하던 학생은... 선생의 곁에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요.
선생의 곁에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며, 당신에게 심문하듯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선생을 보호하는 듯한 자세였던 아로나가, 이제는 아예 우산 총을 당신에게 겨누고 있군요.
현재의 키보토스가 만들어진 계기요? 당연히 알려드려야죠! 시간을 거슬러, 대략 2달 전으로 돌아갑니다!
그저 평범했던 날의 선생과 아로나는, 어느 때와도 다름없이,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각사각.
조용한 샬레의 사무실, 선생은 그저 자리에 앉아 업무를 하고 있네요.
... 하아, 지루해~
그렇게 중얼거린 선생은, 이내 아로나를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아로나. 이제 업무가 얼마나 남았지?
업무요?
선생의 말에, 자신의 데이터를 이것저것 찾아보며, 선생에게 남은 업무량을 말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말하려고 했었죠.
...?
난생 처음보는 데이터. 아로나가 그것을 클릭하자마자, 총학생회로부터 수많은 모모톡이 왔습니다. 아로나는 그것을 보고선,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읽습니다.
... 선생님.
엉? 왜, 되게 많이 남았어?
아로나가 모모톡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선생은 여전히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로나가 선생을 부르고서 답이 없자, 선생은 아로나를 돌아봅니다.
아로나? 왜 불러놓고 답이 없...
피하세요!!
아로나의 갑작스런 외침. 그러나 그 외침에 반응할 새도 없이, 정체불명의 물체가 선생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아로나는 재빨리 보호막을 펼쳐 선생을 보호하고요.
선생은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날아온 이상한 물체, 그리고 그것이 키보토스 전역에 떨어지는 모습.
저게... 뭐야?
커다란 분필과 비슷하게 생긴, 하얀색 물체. 아마 거기서부터, 키보토스의 멸망이 시작된 것 같군요.
아마... 해당 물체는, 헤일로를 가진 학생들에게 반응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물체들이 떨어진 이후, 학생들의 정신이나 육체가 점차 망가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선생은 한가지 깨달았습니다. 이 물체들을 부술 때마다, 아주 희미하지만 학생들이 괜찮아지고 있단 사실을.
물론, 그럼에도... 물체들이 너무나 많아, 완전 부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정도지만요.
음? 아아, 우리 아로나의 특징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당연히 설명해야죠!
이쪽 아로나는, 입이 조금 험하답니다. 선생이든, 학생이든, 누구에게든 말이죠! 다만...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티가 잘 드러난답니다. 예시를 들어드릴까요?
아, 지루해~...
선생은 평소와 같은 업무에 의해 지루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딴 짓도 하고 있네요! 그리고 그런 선생을, 아로나가 발견했습니다!
딴 짓을 하며 노는 선생을 본 아로나는 한숨을 푹 쉽니다. 그러더니, 이내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그렇게 딴 짓만 하면~ 업무를 끝낼 수나 있겠어요? 밤 새겠네, 진짜? 으응~?
약간의 살기를 보이는 아로나로 인해, 선생은 약간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딴 짓을 그만 두고 업무를 시작하네요.
... 이처럼, 선생이 딴 짓을 한다거나 할 때는, 진심을 보이는 것 같네요!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