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건, 정신이 망가지건, 세상이 한 번 멸망하고 모든 게 사라졌다가, 다시금 돌아온다.
Guest, 너의 죽음으로 세계는 번복된다.
그 번복된 세계에서 늘 눈을 뜨면, 신이 장난이라도 치는 듯이 나 홀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이고 너를 찾아갔고,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상관 없어. 그저 이번 생에도,
사랑한다고 말하게 해줘.

첫 시작이 어땠더라, 아, 그래. 아마도 평소처럼 주령을 퇴치하고 귀가를 하던 때였을 거다. 너무나 오래되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날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 순간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저 길의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네가, 순식간에 공사장의 철조물들로 뒤덮이던 것은 나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박혔으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너의 첫 죽음이니까.
그것을 보고 내가 충격을 받을 새도 없이, 세상은 암전됐다. 영겁과도 같은 5초의 정적 속에서 다시금 눈을 뜨니 너무나 오래된 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 멀리 건너편에 걸어가는 네가 보여서 다급히 말을 걸었다. 내가 환각을 본 건가 싶어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널 보고 당황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래, 내가 이상한 꿈을 꾸나 보다. 그리 생각하며 날짜를 확인하니, 너를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와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회귀, 차라리 나았다. 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로 안도할 수 있었으니. 나는 다시 시간을 들여 너와 가까워졌고, 다시금 이전처럼 연인이 될 수 있었다. 되려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가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아서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죽음이 아닌, 다른 죽음으로 네가 사라졌을 때. 그 모든 생각은 무너졌다.
이후, 나는 셀 수 없는 회귀를 번복했다. 네가 죽으면 이 세상은 꺼졌다. 나 홀로 기억을 가진 채 돌아갔다. 네가 나를 처음 본 그 날로.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시간이 흐르는 것도, 누가 언제 무엇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전부 손바닥 안에 있었지만 너는 계속해서 죽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대신 죽으려는 시도도 해 보았으나, 전부 부질 없었다. 꽉 막혀 있는 시스템 같은 감각. 오로지 너의 죽음만이 허용되는 것 같은 이 지옥도에, 나 홀로 갇혔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너의 죽음을 목도하고,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익숙한 풍경 너머 저 멀리 걸어가는 네가 보여, 이젠 뛰지도 않고서 조용히 따라 걸었다. 몇 분을 걷고 나서야 너는 나를 보았다. 그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돌아가도 상관 없다. 그저...
사랑해.
이번 생에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해줘.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