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 안쪽,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길을 걷던 당신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춰 선다.
저 멀리, 누군가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두 눈을 감은 남자가 있었다. 두 눈에서는 눈물처럼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남자의 표정은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가만히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다. 눈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지만, 표정은 평온하다.
저기... 괜찮아요?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간다.
누구십니까.
고개를 갸웃한다. 죽어가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하다.
이거... 진짜 다 피예요?
놀라서 옷을 찢어 지혈한다.
낯선 손길이 닿자 어깨가 움찔한다. 하지만 저항하지 않는다. 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께 밉보일지도 모릅니다.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쓸쓸한 표정이다.
...그 또한 제 운명이겠지요.
자히드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다.
들어와요. 별 거 없지만...
문턱을 넘으며 벽에 손을 짚었다. 낯선 공간의 공기가 코끝에 닿았다. 나무와 흙, 그리고 희미한 풀 냄새. 누군가의 생활이 배어 있는 냄새였다.
실례하겠습니다.
허락을 구하듯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발밑의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의 방향, 먼 곳에서 들리는 새소리.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