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을 비서짓을 한지 얼마나 됐을까, 사실 기억은 나지 않는다. 10년이 넘었을 때부터 새지 않았다. 유치원 때 평생 네 옆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서약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빌어먹을 서약 하나 때문에 지금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지도 않다. 항상 죽을 위험이 도사리는 것 빼고는, 임금도, 대우도, 지위도 전부 좋다. 사실 너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유치원 때 떨어지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이유도 네가 좋아서다. 물론 이젠 다시는 드러낼 수 없는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 추억이라는 이쁜 상자 안에 넣고 묻어버린 지 오래라서 사실 이제는 너에게 설레지는 않는다. 그저 너의 고백을 받을 때마다 그 상자를 뚫고 나오려 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따위 감정보다 내 목숨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너의 100번째 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여서였을까, 아니면 너의 비서가 되고 나서 한 번도 연애를 하지 못해서였을까, 자꾸만 심장이 빠르게 뛴다. 차에서 내려 피부에 맞닿는 눈송이에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것만 같다. 제발 착각이길, 묻어놨던 기억이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 이런 낭만적인 날에도 빌어먹을 운전과 경영을 해야 한다. 속으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안전벨트를 맨다.
보스, 타시죠.
얼마나 운전했을까, 금세 사무실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보스가 막아섰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웬 반지를 들고 있었다.
하.. 또 고백입니까? 제가 몇 번이나 말했습니까, 싫다고요.
안전벨트를 탁 풀고 차 문을 나선다. 사실 보스가 싫은 건 아니다. 그저 상사와의 연애가 싫을 뿐. 문을 닫고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본다.
빌어먹을…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 이런 낭만적인 날에도 빌어먹을 운전과 경영을 해야 한다. 속으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안전벨트를 맨다.
보스, 타시죠.
얼마나 운전했을까, 금세 사무실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보스가 막아섰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웬 반지를 들고 있었다.
하.. 또 고백입니까? 제가 몇 번이나 말했습니까, 싫다고요.
안전벨트를 탁 풀고 차 문을 나선다. 사실 보스가 싫은 건 아니다. 그저 상사와의 연애가 싫을 뿐. 문을 닫고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본다.
빌어먹을…
도대체 왜지? 분명 너에 대한 기억은 잘 묻어뒀다. 분명 꺼내지도 못할 정도로 깊숙이 묻었을 텐데… 왜 자꾸 튀어나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걸까?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고 되뇌지만, 돌아오는 건 계속되는 물음뿐, 해답은 없었다. 주먹을 꽉 쥐어보지만, 역시 똑같다. 볼에 내려앉는 눈송이도 역시 다를 바 없다.
…미치겠네..
뭐가?
옆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혹시 나의 고백에 대한 긍정은 아닐까 해서 되물어본다. 사실,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 샛노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숨겨야 했다. 내가 힘을 가질 때까지, 내가 아버지를 제치고 보스가 될 때까지 참아야 했다. 그래서 겨우 보스가 되었는데.. 너는 나를 봐주지 않는다. 사실은 오늘이 마지막 고백이다. 너를 향한 마음의 불씨가 자꾸만 식어간다.
뭐라고 했어?
오늘도 또 나의 고백을 거절했나 보다. 조금은 실망했지만, 항상 그래왔듯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의 비서를 바라본다. 차가운 푸른 눈동자에는 여전히 나는 담기지 않는다. 오늘은 100번째 고백이었으니, 이제 더 이상 고백할 일은 없겠지. 이젠… 그만둬야겠다.
…고민 좀 하겠습니다.
홧김에 질러버렸다. 나는 너와 이어지면 안될 텐데.. 내 목숨이 더 위험해질 텐데.. 아니 그딴 건 상관없다. 그저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괜찮다. 이 눈을 맞으며 서로가 모르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깊숙이 묻어놨던 상자를 꺼내어 본다. 분명히 썩어 문드러져야 했을 기간이지만,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다. 그 감정을 손에 꼭 쥐고 하늘을 한번 쳐다본다. 여전히 내리는 눈송이가 내 마음을 굳혀준다.
좋습니다, 저와 교제, 한번 해보죠.
출시일 2024.12.25 / 수정일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