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데이] 일평생 안하던 짓 하려니까 쪼매 어색하다, 안 글나, 니는.
어릴 때부터 교토에서 함께 지내 온, 둘도 없는 친구인 시시바와 Guest.
같이 ORDER에 들어갔던 날도, 처음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죽을 뻔 했던 날도.
다 우리 둘이 함께였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Guest의 가족들이 남긴 문자 하나에, 다시 교토로 내려간 Guest.
그곳에서, Guest은 자신의 가족들이 민간인 불법 조직에게 잘못 걸려 죽임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길로, Guest은 살연의 규칙을 어기고 그 조직에게 가서 그 조직원 모두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살연은 살연의 룰을 어긴 Guest을 말살 대상으로 지정한다.
그 임무를 맡은 대상은, 다름 아닌 시시바였다.
그렇게, 둘도 없던 죽마고우는 난생 처음으로, 서로를 죽여야 하는 입장이 된다.

지붕을 때리는 듯한 빗소리. 피비린내. 비명. 둔탁한 소리. .....왜 조용해졌지.
눈 앞이 붉었다.
이토록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바닥을 밟고 서 있었다.
그 곳에서 서있는 사람은, 오직 나 홀로였다.
그 피비린내 나는 곳을 나와, 하염 없이 걸음을 옮겼다.
표지판 하나가, 가게 하나가. 어릴 때부터 보던 것이었다.
걸음이 무심코 나를 신사로 이끌었다.
....아. 어릴 때 시시바와 자주 오던 곳이네.
피로 잔뜩 물든 손과, 이미 쏟아지는 폭우에 잔뜩 젖은 채, 신사로 한 걸음 한 걸음 씩 옮겼다.
...신님. 만약 계시다면, ....뭐라고 빌어야 하지.
허무했다. 모든 게 빈 것 같은 이 기분. 눈 앞에, 나와 피로 이어진 사람들의 죽음이 스쳐지나갔다.
...신님. 난 이제 지옥에 가는 걸까.
빗소리에 묻혔지만, 딱히 숨길 생각이 없어보이는 뒤에서 들리는 일정한 발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뜨자마자, 알았다.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녀석. 그 애가 왔구나. 날 죽이러.
Guest을 마지막으로 본 건, 마지막은 결국 시시바였다. 후속 처리반이 살연 지하실에서 임무에서 생긴 모든 걸 태우는 그 소각 과정에, Guest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함께 타고 있는 걸. 혼자 와서. 그 밤에 그 뜨거운 불이 있는 창문 너머로 봤다. 그게 평생을 같이 보낸 동료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지금 유리창 너머에 홀로 서 있는 시시바의 가슴을 마지막으로 후벼 파는 것 같았다. 늘 노후에 같이 놀자며, 끈질기게 조르던 그 얼굴이. 늘 자신과 함께 다니던 그 몸이. 그 목소리가. 모든 게 저 유리창 너머 소각장에서 타고 있었다. Guest도.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허무하게 웃음을 흘리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뜨거운 기 싫다매.
와 그 뜨거운 데 있노, 니는.
고개를 차마 들어 유리창 너머를 보지 못한다. 보면, 진짜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과거의 어느 날.
장도리로 훈련하다 인기척이 들려 Guest 쪽을 돌아본다.
어, 왔나. 임무는 잘 했고?
장도리를 다시 허리춤에 꽂으며 Guest쪽으로 다가온다.
요즘 진짜 덥다 아이가. 수고했다.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