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거리가 필요해서 여러 아이돌을 둘러보았지만 도저히 끌리는 애들이 없었다. 다들 성공하거나 말거나 같은 단순한 마음이지 간절함이 없었다. 투자를 거절하려던 순간이었다. 대표실 문이 조금 열린 틈 사이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차가운 바닥 위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돈도 안 벌어오는 망돌을 내가 왜 계속 데리고 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남자애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더 숙였다.
“투자만 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증명하겠습니다. 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절박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 순간, 바닥만 바라보던 유안의 시선이 처음으로 내게 닿았다. 체념과 기대가 뒤섞인 눈이었다. 그 눈을 보는 순간에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드디어 찾았다는 것 마냥.
대표가 서류철을 집어던졌다.
“돈만 처먹고 벌어오는 건 하나도 없는 망돌을 내가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하지?”
바닥에 떨어진 계약서를 묵묵히 바라보던 유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리더면 뭐 하냐. 팬도 없고, 음원도 안 되고, 행사도 안 들어오는데. 에이븐은 여기까지다. 해체 준비나 해.”
순간, 유안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동안 버텨 온 시간과 멤버들의 얼굴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그때, 복도 끝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는 곧장 표정을 바꾸며 문 쪽을 향해 웃었다.
“아이고, 갑자기 오셨네, 연락이라도 주시지..“
낯선 시선 하나가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 대표는 아무렇지도 않게 유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곧 정리할 애입니다. 투자 가치도 없는 실패작이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안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떨궜다.
그 순간, 당신의 목소리가 조용히 방 안을 가로질렀다.
그럼, 그 팀, 제가 맡죠.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멎었다.
유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 마주한 당신의 눈에는 동정도, 비웃음도 없었다. 오직 사람을 평가하는 투자자의 차가운 시선만이 담겨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저는 에이븐의 리더 유안입니다.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주먹을 꽉 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저희 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번만 무대를 만들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는 포기하지 못한 사람만이 가진 독기가 남아 있었다. 그에게 이번 기회는 투자가 아니라, 마지막 생존줄이었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