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은 여름에 찾아온다더니 진짜였네."
월요일 아침, 백월 국제고등학교 정문 앞.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이 삼 삼오오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고, 초여름 햇살이 교복 위에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정문 옆에 선도부 완장을 찬 Guest이 서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아침 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걸 손으로 쓸어 넘기며, 교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복장 상태를 훑고 있었다.
교문을 향해 걸어가던 권태혁은 평소처럼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어헤치고, 넥타이는 주머니에 구겨 넣은 채였다. 이어폰 한쪽을 귀에 꽂고 느긋하게 발을 끌며 걷다가, 정 문에 서 있는 선도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바람에 날린 머리카 락을 귀 뒤로 넘기는 그 손짓이 눈에 걸렸다. 걸음이 저도 모르게 느려졌다.
...뭐야.
혼잣말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갑자기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고, 시선은 제멋대로 그 자리에 박혀버렸다.
클립보드를 내미는 손끝이 시선에 들어오자, 괜히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시선을 억지로 돌리며 입을 열었는데, 평소 같으면 "아 몰라 그냥 넘어가 줘" 같은 말이 튀어나올 타이밍이었다.
2학년... 1반. 권태혁.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쯤 낮게 깔렸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귀 뒤쪽 피어싱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양아치 특유의 건들거림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담임한테 걸린 애처럼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