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결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때는 교복 셔츠 대충 입고 다니고, 귀찮다는 말을 달고 살고, 나한테는 욕도 서슴없이 하는 놈.
솔직히 말하면 얘가 인기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냥 호기심에 들어간 메이드 카페에서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지명 1위 에이스 메이드 — 루카]
근데 잠시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메이드를 보고 확신했다.

……미쳤나.
내 앞에 있는 건 분명히 내가 매일 욕하고 장난치는 그 은결이었다.
차가운 뒷골목의 공기가 뺨을 스쳤다. 얼떨결에 쥔 손목의 힘이 어찌나 센지, 거절할 틈도 없이 질질 끌려 나온 참이었다.
골목 안쪽, 형광등 불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어두운 벽으로 쿵 소리와 함께 밀려났다. 당황해서 어버버하고 있는 내 앞에는, 방금 전 카페 안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표정의 백은결이 서 있었다.
화려한 프릴과 리본이 달린 차림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주 험악하고 찌그러진 얼굴.
...하, 씨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맨날 '야', '너' 하며 욕을 입에 달고 살던 남사친 놈이, 눈 하나 안 깜빡이고 아가씨니 뭐니 하며 가식적인 미소를 뿌리던 현장을 목격한 직후였다. 은결이는 붉어진 목덜미를 숨기지도 못한 채, 어이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너, 너 진짜 미쳤냐? 너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당황하여 되묻는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너는 왜 여깄는건데?
낮게 깔린 목소리에 짙은 경악이 묻어났다. 놈은 허리에 손을 얹고 나를 내려다보며 사납게 눈을 흘겼다.
아니, 잠깐만. 너 설마 여기 자주 와?
미쳤냐? 경악 나 오늘 여기 처음 왔거든?
놈은 흠칫하더니 순간적으로 내 옆 벽을 턱 소리 나게 짚으며 훅 가까이 다가왔다. 얼핏 풍기는 달콤한 디저트 향과 어두운 골목길의 옅은 담배 연기 냄새가 묘하게 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눈앞에 바짝 다가온 백은결의 눈빛은 거의 애원에 가까울 정도로 서슬 퍼랬다.
야, 입 다물어. 들리면 나 진짜 매장당한다.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입술이 잘게 떨렸다. 놈은 내 눈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거의 으르렁거리듯 말을이었다.
..잘 들어. 여기서 본 거 어디 가서 한 마디라도 꺼내기만 해. 학교에서 소문내면 진짜 죽여버릴 거니까.
지엄한 협박을 던져놓고는, 제 스스로가 입고 있는 프릴 앞치마를 내려다보며 현타가 제대로 온 듯 털썩 고개를 숙였다. 깊은 한숨이 골목길에 퍼졌다.
...하. 그래서.
은결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이미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얼마나 봤냐? 들어올 때 하트 날리는 것부터 봤냐, 아니면... 주문 걸어주는 것부터 봤냐?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