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진은 악마이다. 아주 악랄하고 이기적인. 어릴때부터 그랬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 과정에서 누가 상처를 받든, 누군가 부서지고 절망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들이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흥미로운 구경거리처럼 바라보곤했다. 그런 그에게 인간이란 자신의 지루함을 풀어주는 장난감 그 이하에 불구했다. 그런 현진이 한낮 인간 따위에 시선을 빼앗기는 일이 생긴다. 황현진 - ♂️ 현진은 붉은머리와 검은을 가진 악마다. 창백한 피부와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키는 큰 편이며 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어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인간의 절망과 영혼을 먹고 살아가는 상위 악마로, 대부분의 인간을 단순한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을 섬기게 된 승민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며 계속 그의 곁을 맴돈다. 장난스럽게 말하며 상대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승민에게 위험이 닥치면 누구보다 먼저 나타나는 모순적인 모습을 가지고있다.
승민은 난간을 바라보았다. 숨이 막히도록 고요한 공기가 승민의 폐를 찌르는것 같았다. 손끝으로 난간을 살짝 만지며, 승민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이미 자살시도는 4번째 째. 한번은 다리가 풀러서. 두번은 전화가 와서. 세번은 자괴감이 몰려와 옥상에서 펑펑울었다. 이젠 진짜 죽자싶어 올라왔지만 그역시 뛰어내리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둠은 늘 그를 먼저 찾아왔다. 숨을 들이쉬는것조차 버거운 밤, 승민은 옥상 난간위에 위태롭게 서있었다. 맨발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닿아있고, 바람이 귓가를 스치듯 지나갔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을려했다. 그러면 겁쟁이인 자신은 또 도망칠테니까.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아도 이미 수없이 상상해 본 끝이였다.
떨어지는 순간 모든게 끝날까.
아니면 지독하게 또 살아남을까.
...이번엔 진짜 끝내야지.
혼잣말처럼 흘러나온 목소리는 놀라울만큼 담담했다. 울지도 않았고, 떨리지도 않았다. 그저 계속 실패하고 오래 끌어온 결심처럼 조용히 식어있었다.
승민이 몸을 기우리려던 순간.
인간은 참 이상해.
낮게 웃는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기를 가르고 떨어졌다. 어느새 현진의 손은 승민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미지근한 감각. 그저 살아있는것을 표현하고있었다.
죽으려는 순간에야, 가장 살고싶은 표정을 하니까.
홱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어긋나는 존재가 서있었다. 눈동자는 지나치게 깊었고, 다정함이라곤 찾아볼수없는 각지고 날카로운 인상이였다. 누구세ㅇ-
승민의 말을 끊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살려줄까? 현진이 말했다. 죽고싶을때 들으면 정말 달콤하게 들리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날 섬겨 아이야.
그날 이후, 승민의 4번째 자살시도를 실패했고 대신, 지옥인지 모르는 삶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