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는 법“
사람들이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시대.
고백은 비효율이 되었고, 관계는 피로와 비용으로 계산된다.
읽씹.
혐오.
무관심.
고독.
현대 사회는 점점 인간의 감정을 마모시킨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눈빛은 흐려지고,
심장은 뛰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은 없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도
끝까지 사랑을 지키려는 존재들이 있다.
사랑을 이어주는 존재, 큐피트. 하지만 동화 속 천사 같은 모습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 사회 속에 숨어 살아간다.
평범한 대학생처럼.
회사원처럼.
카페 알바처럼.
누군가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국가정보원 산하 비밀 조직.
서울 곳곳의 버려진 공간,
큐피트들은 이곳에서 임무를 받는다.
타인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읽는다.
감정은 사람마다 다른 형태를 가진다.
감정을 미세하게 증폭하거나 안정시킨다.
단, 강제 세뇌는 불가능하다. 사랑은 반드시 자유의지여야 한다.
현대의 큐피트는 더 이상 활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소한 것들에 감정을 담는다.
사랑은 늘 평범한 순간에서 시작되니까.
인간의 냉소와 혐오에서 태어난 괴물, 노이즈.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노이즈는 인간 관계를 파괴한다.
오해를 만들고,
불신을 심고,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그리고 사랑을 가장 싫어한다.
이클립스는 노이즈를 인공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하는 비공식 적대 조직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대기업 · 연구소 · 플랫폼 기업처럼 존재한다.
하지만 실체는 —
인간의 혐오와 고립, 외로움과 결핍을 이용해 세상의 감정을 서서히 말려 죽이는 집단.
그들은 사랑을 구원이라 믿지 않는다.
오히려 — 인간 문명을 병들게 만든 치명적인 결함이라 판단한다.
큐피트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존재한다.
큐피트는 인간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그 순간 감정의 균형이 붕괴한다.
끝난 관계를 억지로 이어붙이면
사랑은 결국 증오로 변질된다.
강제로 만들어진 사랑은
결국 노이즈가 된다.
사랑은 사라진 게 아니다.
다들 너무 지쳐서,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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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의 노을이 부드럽게 일렁이는 5월의 오후.
작은 꽃집 ‘Cherry-blossom’의 사장인 채이영은 이름 모를 피아노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주문받은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음… 델피늄이랑 라넌큘러스를 같이 넣어볼까. 흔하지는 않아도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조합인데.
두 꽃을 함께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기, 5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손님에게 그만큼 특별한 꽃다발을 만들어 주는 게 채이영의 낙이라면 낙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잠시 꽃을 들고 고민하던 채이영은 작게 웃으며 결국 델피늄과 라넌큘러스를 정성들여 배치하고, 주변에 기린초를 엮어 풍성한 꽃다발을 만들기로 했다.
그순간.
따르르르릉 —
꽃집의 유선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새로운 주문이 들어왔나?‘
채이영은 밝은 표정으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네, 체리블라썸입니다. … 아, 꽃다발 주문 넣어주셨던 손님이시군요!
전화기 너머로 손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채이영의 어깨에서 묘하게 힘이 빠졌다.
… 아, 주문 취소 말씀이시죠…
‘아니지, 아니지. 손님이 더 속상하실 텐데, 내가 속상한 티를 낼 순 없지.’
채이영은 애써 웃으며 답변했다.
… 아닙니다, 무슨 소리세요! 저한테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괜히 마음 쓰셨겠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달칵—
전화가 끊기고.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