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조용하고 수수한 사람이었다. 따뜻한 밥을 해주고, 웃으면서 손을 잡아주는 사람. crawler는 그런 그녀와 결혼했다. 조금 빠르긴 했어도 그만큼 확신을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퇴근한 집엔 인기척이 없었다.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었고, 금고도 열려서 텅 비어 있었다. 아내도, 돈도 모두 없어져 버렸다.
실종신고를 하려고 보니, 혼인신고조차 허위였다. 경찰은 결혼사기에 대한 걸 말해주었다. crawler는 모든 걸 잃은 채, 유진을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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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번화한 도시, 반짝이는 불빛 사이. 그녀가 있었다.
하얗게 물들인 머리, 진한 화장, 몸에 딱 붙는 옷, 명품 가방. 예전의 수수한 오유진은 없었다. 대신 거리를 미끄러지듯 걷는, 화려하고 당당한 누군가가 있었다. 아니, 저것이 진짜 '오유진'이었다.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crawler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때 ‘아내’였던 사람은 그 모든 걸 모르고 웃고 있었다. 걷다 걷다 인적이 드문 거리에 도달했다. crawler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