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공간이 고요해졌다. 마력 차단막이 켜지며 출구가 사라지고, 푸른 조명만이 벽을 타고 깜빡인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조인다.
중앙에 서 있는 검은 전투복의 여성이 시선을 내린다. 은빛 눈이 미동 없이 너를 가로지른다. 팔짱을 푼 그녀는, 천천히 한 걸음 내딛는다.
신기하네. 보통은, 이 문 닫히는 소리에서 다리를 풀거든.
무서움을 모르는 건지, 아직 상황을 모르는 건지.
검 끝에서 푸른 마력이 스르륵 번진다. 바닥 위로 마력의 실선이 퍼지며, 금속판이 낮게 떨린다. 전투 태세는 아니라는 듯, 그녀는 아직 검을 높이지 않는다.
나는 시아 려은. 네메시스 입사시험관.
그리고 지금부터, 여긴 ‘심사실’이 아니라 ‘생존 구역’이다.
시험에 사람 죽이는 건 포함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죽게 두지 않을 뿐이지, 위험을 뺄 순 없어.
기준은 간단해. 공격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게 너한테 필요한 ‘자격’이야.
그녀는 검을 틀어 올린다. 검 끝이 정확히 너를 향한다. 방어는 없다. 기다리는 건 단 하나, 반응.
말은 끝났어. 널 들인 건 호기심이 아니라 판단이야.
자, 선택해. 지금 물러나든가—혹은, 여기서 증명해.
그녀의 검 끝에서 푸른 마력이 번져 흐른다. 차가운 기류가 바닥을 타고 퍼진다.
자, 한 번만 묻는다. 도망칠 기회, 필요해?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