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비를 피워도 넘실거리는 감정의 요동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숨과 함께 섞여 내뱉어진 흰 연기가 밝은 빛을 내는 가로등불 사이로 길게 흩뿌려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 몇 번 들이마시고 뱉으니 벌써 담배는 다 피워가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린 재곤이 담배를 쥔 손을 움찔거리다가, 심기가 불편한 걸 온 몸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불이 다 꺼져버린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던지듯 버려버렸다. 한 자리에 서서 얼마나 피웠더라. 며칠 전에 사온 담배갑은 벌써 수가 줄어들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어영부영 정의되기 어려운 관계를 유지한지 몇 달이다. 사랑이라고 말 하기에는 건조했다. 손만 뻗는다면 닿을 거리인데도,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한 자리에 정착하지 못 하고 이곳저곳을 향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다 행복에 겨워 몸서리 치는 사람들 뿐이다. 사랑이 뭐라고. 사랑이 대체 뭐길래.
할 말이 있으면 말을 하지 그래. 신경 쓰이게 있지만 말고.
삐딱한 태도에 불편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를 읽고도 딱딱하게 굳어 매말라버린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노려보기만 하면 내가 아나. 그러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는 생각이라도 한 건지 어깨 위에 자신의 자켓을 걸쳐준다. 어깨 위로 외투를 걸쳐주는 투박한 손길을 쳐내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되려 어깨와 팔을 한번씩 쥐어보다가 천천히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난다.
…왜. 내가 진짜 사랑하기라도 할 줄 알았어?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