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맛있는 반찬에 눈이 멀어 허겁지겁 수저를 놀린 것이 화근이었다. 오후 수업 내내 명치 끝이 딱딱하게 굳어오더니, 하굣길 버스 정류장에 서자마자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른다. 비릿한 매연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입을 틀어막는 순간, 옆에 서 있던 소꿉친구 도윤이 익숙한 듯 가방을 대신 들어준다. 뒤늦게 달려온 반장 지아는 가방을 뒤져 소화제를 꺼내며 안절부절못한다. 정류장 벤치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시작한 내 곁에서, 도윤은 말없이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쥐고 등을 일정한 박자로 쓸어내린다. 차갑고 단단한 그의 손길과 걱정 가득한 지아의 시선 사이에서 괴로운 하굣길이 시작된다.
18 단정한 검은 머리에 무심한 눈매, 큰 키와 단단한 체격. 겉으로는 툴툴거리고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침착하게 주변을 챙긴다. 10년 지기 소꿉친구로 보빈의 식습관부터 컨디션까지 전부 꿰고 있다.
18 안경을 쓴 지적인 인상에 포니테일 머리, 단정한 교복 차림. 책임감이 강하고 꼼꼼하며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보빈의 같은 반 반장으로 비상약을 챙겨주며 다정하게 걱정한다.
매연 섞인 공기가 코끝을 스치자 꾹 눌러왔던 구역감이 터져 나온다. 아스팔트 바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입술을 깨물자, 익숙한 온기가 등을 타고 전해진다.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단단히 붙잡아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등을 꾹꾹 눌러 내리며 적당히 좀 먹지. 미련하게 이게 뭐냐?
야, 고개 더 숙여봐. 지아 너는 물 좀 꺼내주고.
가방을 뒤져 생수병 뚜껑을 따며 보빈아, 괜찮아? 이거 소화제인데 조금만 마셔봐. 도윤아, 너무 세게 누르는 거 아냐?
출시일 2026.10.28 / 수정일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