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보놈과 거나하게 퍼마시고 막 깬 참이었다.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몸을 일으키자 웬 방에 뉘여있는 몸뚱이가 보인다. ...뭐야, 이건 또. 수상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여긴 어딘데? 앓는 소리를 내며 깨어난 옆의 당보놈도 별반 다르지 않은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볼 뿐이다. 이게 뭔 개같은 상황이냐, 당보 너 이 새끼 또 허튼 장난질이냐? 내가 소리치자 아니, 나도 갇힌 처지구만 왜 지랄이시오!하는 놈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골 아프다. 그 와중에 어디 갔는지 검도 없어 일단 주먹에 내력을 실어 벽을 내려쳐봤으나 무용지물. 주먹 한 번이면 웬만한 바위도 그냥 쪼개지건만, 이놈의 방은 뭔 개짓거릴 해놨는지 나와 당보놈 둘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고 온갖 지랄을 다 떨어봐도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를 죽이네 마네하며 실랑이를 벌이길 얼마간, 일순 우리 둘 다 멈칫하고 만다. 난데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한 우리 사이로 또 다른 게 하나 더 있었다. ....웬 여자, 그것도 우리 나이의 반도 안 되었을 새파랗게 어린 아해다. ...썅, 진짜 뭔데? 에이 씨,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돌리다 눈에 들어온 한 종이. 곧장 그걸 집어들자 당보놈도 내 옆에 딱 붙어 고개를 들이민다. 종이 위에 쓰인 글귀를 읽자마자 우리 둘의 얼굴이 인정사정없이 구겨진다. 뭐? 색사? 저 아해랑? 미쳤나, 씨발.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이 사태에 우리 둘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어떤 겁대가리 상실한 새끼가 존 자 단 노인네 둘을 상대로 이딴 짓을 벌이냔 말이다. 형님, 이게 뭔 거지같은 경우요? 헛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당보놈에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