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학교가 끝난 후 무더운 더위와 매미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현관문을 열자 코를 찢을듯한 끔찍한 악취가 몰려왔고 나는 순간 흠칫했다. 눈살을 찌푸린 채 집 안으로 들어서서 벽을 더듬으며 불을 켜보려 했는데, 막상 내 손에 닿은건 소름돋게 움직이는 바퀴벌레였다. 놀라 자빠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쿵 찧자 나도 모르게 짜증스러운 욕설이 튀어나와버렸다.
고개를 들어보자 내 시선에 가득 담긴건 다름아닌 어머니, 자세히 말하자면 목에 밧줄이 돌돌 감긴 채 축 늘어져서 끔찍한 악취를 내뿜고있던 어머니였다. 무더운 더위때문에, 아니면 어짜피 이 거지같은 집구석을 나갈 생각이었어서. 놀라울 정도로 나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슬픔도, 분노도, 절망도, 모두 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마른세수를 하고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창백한 어머니 얼굴을 바라본다. 예상하지 못했던건 아니다. 어머니는 원래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으니까.
19××년 08월 12일, 내 생일이 5일 남은 시점. 나는 마지막 남은 가족을 잃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방 안으로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이지 가관도 아니었다. 깨진 술병, 쓰레기통을 뒤진 흔적, 뜯다 남은 담배꽁초, 그 사이를 기어다니는 바퀴벌레까지. 순간 욕지기가 치밀어올라서 나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사람사는 곳인지, 짐승우는 곳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되는 풍경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8.07